[기업과 더불어] 디자인 경영으로 고성장 일군다

"외형外 마케팅 등에도 디자인 접목"

신규시장 개척·해외수출 효과 톡톡

디자인 투자 여력 없는 中企 대상

중기청 등 자금 지원·교육도 나서

진명21 Before→After

링크일렉트로닉스 Before→After

의료기기업체인 태연메디칼은 지난 2008년 척추확장기구의 디자인을 개선한 이후 매출 상승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기능과 사용자의 편의성 등 제품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개념을 접목한 것이 주효했다.

태연메티칼의 척추확장기구는 골다공증 등 척추환자들이 버틸 수 있도록 척추에 특수물질을 삽입하는 기구다. 태연메디칼은 정부지원금을 포함해 총 3억 5,000만원을 투자해 주입량과 압력을 체크하는 게이지를 탑재하고, 시술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손잡이 디자인을 개선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20여개국으로 수출하는 등 지난해 해외에서만 280만 달러의 성과를 올렸으며 개선 전 약 10억원 수준이었던 제품 매출은 지난해 총 40억원으로 4배가 급상승했다.

최길운 사장은 "전체적인 외관은 물론 시술자들을 위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디자인 한 것이 주효했다"며 "제품을 개선한 덕분에 해외 수출길도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제품 개선의 도구를 너머 디자인이 고성장을 이루기 위한 경영전략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생활용품 뿐 아니라 산업용품제조업체 등 B2B기업들까지 디자인경영을 접목하며 신규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실제 최근 영국디자인카운슬의 연구에 따르면 디자인을 기업경영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기업의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매출액이 약 네 배 정도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중소기업 중에서도 디자인 경영의 효과를 보는 기업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울산에 위치한 소방방재 전문업체인 진명21은 이동형 소방장치의 디자인을 개발해 해외진출의 물꼬를 텄다. 소방 펌프시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조업체들이 경쟁하는 분야로, 좁은 도로나 산악지형 등 다양한 사용처와 필요성에 따라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지만 제품기능상의 차이는 미비한 상황이었다. 이에 진명21은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에 주목했다. 헤드라이트를 두어 야간 화재진압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인력운전 대신 전동식 동력을 도입하는 등 디자인을 통해 편의성을 높였다.

성과는 곧 나타났다. 진명21은 디자인 개발후 1개월만에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 1,25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도어록 업체인 링크일렉트로닉스는 수출목표로 삼은 국가의 소비자 선호도를 디자인에 반영해 성공을 거둔 경우다.

링크일렉트로닉스는 안전을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단일기능만을 갖춘 기존제품을 지문과 비밀번호, 열쇠 등 3중 안전장치를 부착한 디자인으로 개선해 약 50만 달러 규모의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자인 경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제품 외형 디자인에 그치지 말고 기술개발과 마케팅 등 전체 제품 개발과정에 연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문준기 디자인기업협회 회장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디자인 경영의 1차적 단계라면 경영자체를 디자인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2차 단계"라며 "기술개발 등 모든 경영과정에서 디자인을 접목할 때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산업원천기술개발의 기초가 되는 아이디어 및 특허, 실용신한 개념을 정립하는 단계에서는 기술과 함께 디자인 미래전략을 함께 수립하며, 기술 성능을 검증하고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제품의 스타일이나 유저인터페이스, 소비자 감성 측정 활동과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디자인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과 디자인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제품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디자인이 취약한 초보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디자인개발을 지원하는 '수출중소기업 500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성과 사업성을 보유한 100만달러 이하 수출기업을 선정해 5년내 500만달러 이상 수출기업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의 경우 기업별로 최대 4,500만원 씩 총 9억 8,000만원을 지원한다.

디자인진흥원관계자는 "자금지원 외에도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디자인 트렌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중소기업의 디자인 활용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