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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러시아 밀월 속내는…

김정은 '러 기념식' 참석땐 국제사회 입지 확대 기회로<br>러시아는 정치적 목적보다 경협 확대 통해 잇속 챙기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내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보내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는 김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시진핑 정부 이후 차갑게 얼어붙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조치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김 제1위원장의 러시아 초청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진핑 주석 체제 이후 중국은 북한에 대해 혈맹이라는 수식어보다는 '정상국가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당과 정부의 2개 채널로 이뤄지던 교류도 외교부의 공식 채널로 단일화했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에 대한 '북한 길들이기'라는 측면이 강하다. 자칫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을 중국이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턱밑에 위험요소를 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 탓인지 김정은 집권 3년이 지났지만 아직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도 중국에 저자세를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김정일 3주기 추도식에도 북한은 에볼라 등을 이유로 중국 인사를 초청하지 않았다. 중국은 혈맹예우 차원에서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을 주중북한대사관에 보내 "중북 전통적 우의관계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해 긍정과 부정적인 요인이 동시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서라도 국제사회에 나온다면 개방으로 한 발 더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중국 측에도 긍정적이다. 일부 중국 내 학자들은 김 제1위원장이 선군정치 등 권력 강화를 위해 군부에 의존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김정일 집권 당시보다 좀 더 개방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도쿄신문은 독립채산제 확대 등을 담은 '530조치'로 불리는 경제대책이 나온 것으로 전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밀월관계로 접어든 중러 관계가 무르익고 있는 만큼 북한이 러시아에 기댄다 해도 충분히 중국의 통제 가능한 틀 안에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러시아의 금융혼란 사태에 대해서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러시아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한다면 러시아로 건너간 위안화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도 북한과 근접의 목적을 정치적 목적보다는 남·북·러 경제협력을 통해 극동 지역 개발과 에너지 수출의 길을 열려는 경제적 목적이 강하다.

하지만 북한이 의도적으로 중국을 배제하고 또 다른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러시아를 발판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한 후 미국과 접촉 창구를 연다면 중국이 구상하는 동북아 질서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 힘을 싣는 미국을 견제하는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 6자 회담의 틀을 벗어나 미국과 직접 대화한다는 것은 기분 나쁜 시나리오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역대 북한 최고지도자는 각국 정상들을 대거 초청하는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은데다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러시아를 이용해 중국을 자극하려 하지만 시 주석이 이런 북한 외교 전략에 말려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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