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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주 단순시공서 설계·감리 업그레이드… "잠재력 무한"

[이제는 엔지니어링이다]<br>기본 설계등 초고부가 영역 올해 들어서만 6건 따내<br>업체 영세성·자금부담 난제 정부 중장기대책 내놔야

엔지니어링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본설계 등 원천기술 확보와 함께 중소 업계 해외진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SK건설이 지난 4월 준공한 쿠웨이트 원유집하시설(GC-24) 전경.



지난 3월 중남미 에콰도르에서 우리 건설업계가 애타게 기다려온 낭보가 날아들었다. SK건설이 이곳에서 사업비 2억6,000만달러 규모인'마나비 정유공장 신설 프로젝트'의 '기본설계(FEEDㆍFront- End Engineering & Design)'를 단독으로 수주한 것이다. 이 소식이 반가웠던 이유는 그 동안 단순시공이나 EPC(설계ㆍ구매ㆍ시공) 단계에 머물렀던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마침내 기본설계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리는 수준까지 뛰어오르게 됐다는 점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해외 공사 수주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공사 수주 규모는 수십억~수백억 달러까지 커졌지만 핵심 기술인 설계ㆍ감리 기술이 취약하다 보니 단순 수주사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간 출혈경쟁을 벌이는 경우마저 나타나 공사를 따내도 이윤은 적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기형적인 사업구조가 만들어졌다. 중견건설업체 A사의 해외영업담당 임원은 "중국 건설업체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며 더 이상 원가경쟁력만으로는 사업을 따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초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통하는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만이 건설업계가 살아남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진하는 한국 엔지니어링=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건설사 및 설계사무소 등이 해외에서 따낸 엔지니어링 용역 수주량은 11억6,284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수주액 6억6,043만달러와 비교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무영종합건축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지역에서 총 4억8,821만달러 규모의 신도시 개발사업 설계를 따냈고 SK건설은 에콰도르에서 2억6,000만달러 규모의 기본설계를 따냈다. 특히 SK건설의 경우 기본설계가 마무리되는 오는 2011년 중반에는 125억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신설공사마저 따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정유공장 건설 사상 역대 최대 규모로 엔지니어링 사업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증명하는 사례인 셈이다. 주양규 SK건설 플랜트 미주총괄전무는 "미국ㆍ유럽 등 선진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한 기본설계 영역에 진출하면서 세계 최고수준의 프로젝트 관리 회사로 발돋움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희림종합건축은 지난 2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2,318만달러 규모의 '방송컴플렉스 프로젝트' 설계용역을 따내는 등 올해에만 해외에서 총 6건의 설계ㆍ감리용역을 수주했다. ◇업계 선진화 지원 절실= 대표적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꼽히는 엔지니어링 산업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세계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우선 대부분의 대형업체들이 기본설계보다 하위 단계인 EPC에 머물러 있다. 몰론 EPC 단계에서도 실시설계 등의 작업이 이뤄지지만 이는 기본설계의 큰 틀 안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론 EPC단계만 돼도 단순시공보다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면서도 "기본설계를 놓고 외국업체와 경쟁하는 단계까지는 가야 진정한 선진화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업계가 전반적으로 영세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 엔지니어링업체 수는 총 4,200여여 개 달하지만 이 중 50인 이하 사업체가 87%에 달할 정도다. 해외 매출의 비중도 총 매출액의 1% 미만일 정도로 낮은 편이다. 김종각 해외건설협회 프로젝트지원실장은 "엔지니어링 업체가 워낙 작고 영세해 해외 시장을 새로 개척하는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업계에 대한 자금 지원은 물론 우수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중장기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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