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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선거개입 논란' 막판 변수로

14일 대만 총통 선거<br>AIT 前소장 "타이완 컨센서스, 양안관계 불안 조장" 언급 파문<br>마 총통-차이잉원, 적진서 부동표 잡기 총력

이병관 특파원

대만 총통 선거를 하루 앞둔 13일 미국의 선거개입 논란이 대만 선거 정국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대만에 소재한 미국연구소(AIT) 소장이었던 더글라스 팔이 12일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제안한 '타이완 컨센서스'가 부적절하며 양안관계의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고 밝힌 것.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동션신원 등 주요 방송들이 일제히 미국이 차이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톱 기사로 전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타이완 컨센서스는 양안정책이 대만인의 국민투표 등을 거쳐 대만의 주권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돼야 한다는 개념으로 차이 후보가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견지하는 '92 컨센서스'에 맞서 내놓은 핵심 공약이다.

국민당의 마 총통과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 주석은 적진 최중심부에 뛰어들어 최후의 일격을 겨뤘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이 벌어지면서 상대방 텃밭의 부동표를 하나라도 더 모으는 게 승부를 가르는 관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이덩휘 전 국민당 총통의 차이 후보 지지 등 중요 변수들이 나타나며 20만~50만표 차로 신승하는 박빙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ㆍ미, 선거 개입 논란 일파만파=이처럼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의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지며 마지막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팔 전 AIT 소장이 12일 이번 총통 선거에 뛰어든 친민당의 제임스 송 후보 선거 본부를 찾은 자리에서 "차이 후보가 제안한 타이완 컨센서스는 부적절하며 양안관계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며 "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하는 '92 컨센서스'가 양안관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

팔 전 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차이나포스트ㆍ연합보 등 주요 신문 1면 톱으로 일제히 실리며 파문을 일으켰다. 선거 중립 원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AIT는 다음 날 대변인이 나서 "팔 전 소장의 발언은 개인의 생각이며 미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마 총통의 재선을 바라는 중국도 중국 주재 대만 기업인들에 대한 귀국 투표를 독려, 국민당에 대한 정치헌금 지원 압박, 대만 남부 지역에 대한 대규모 구매사절단 파견 등 노골적으로 마 총통을 측면 지원하면서 민진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마-차이, 적진에서 최후 표 몰이=차이 주석은 13일 저녁 전통적인 국민당 지지권인 북부 타이베이의 대형 쇼핑몰이 몰려 있는 찬치아오취에 '타이완 다음 역-공평과 정의'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걸린 대형 무대를 설치하고 "대만의 주권, 사회의 정의와 공평을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달라"고 호소했다.

대만 북부는 1949년 중국 공산당에 패배한 후 건너온 외성인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국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반면 가오슝 등 중국 남부 도시들은 본래 대만 태생인 본성인들이 많아 민진당의 주요 거점 지역이다. 차이 후보는 텃밭인 중구 남부에서 북상하며 그 여세를 몰아 13일 타이베이에서 막판 부동표를 잡는 형국이다.

11일 12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가오슝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후 12일에는 중부 최대 도시인 타이중에서 10만여명이 모인 유세를 가졌다. 타이중 유세에서는 대만 최초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대만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리위안저 전 중앙연구원 원장 등 100명의 학자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차이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날 리 노벨상 수상자는 "차이 후보의 미소 뒤에는 강한 의지가 있다"며 "책임감 있고 통합력이 있는 유능한 지도자"라고 찬사를 보냈다.

차이 후보는 타이베이 거리 유세에서 "한 표의 힘이 결코 적지 않다"면서 '귀향 투표'를 독려했다. 수도권에 진출한 남부권 출신들의 귀가 투표 운동을 벌인 셈이다.

반면 마 총통은 이날 남부권 최대 도시인 가오슝에서 대규모 유세전을 폈다. 8일 이후 처음으로 타이베이ㆍ신베이 등 전통적 지지기반인 북부권을 벗어난 유세 행보다. 가오슝에서 그는 친중국 정책으로 대만의 주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난을 의식해 "나는 생명을 바쳐 대만의 주권을 수호해나갈 것"이라며 한 표를 호소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으로 북상해 타오위안에서 거리 유세를 펼친 후 13일 저녁에는 총통 관저 바로 옆에서 마지막 세몰이 집회를 가졌다. 타이베이의 택시 운전사인 쉬종칭씨는 "경제 성장의 중요한 축인 양안관계 안정을 위해 마 총통이 재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베이 IT회사에 다니고 있는 장샤오쉬에씨는 "남부의 본성인 사람들은 합리성이 떨어지고 감정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안정을 위해 마 총통을 찍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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