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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김우중회장의 편지

독일에 머물고 있는 金회장이 정주호 구조조정본부장에게 보낸 이 편지는 23일 대우계열사 전산망을 통해 전직원에게 소개됐다.『한없는 미안함을 가슴에 담고…』로 시작한 이 편지는 『대우와 모든 가족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매듭을 지었다. 金회장은 『대우의 밝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 어두운 과거는 스스로 짊어질 생각이다』며 『제가 떠나더라도 대우만큼은 우리 경제의 값진 재산이 돼야 한다』고 대우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아픔을 구구절절이 담았다. 金회장은 이날 편지와 함께 (주)대우,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의 대표이사 회장직 사직서를 제출, 25일 이사회에서 사표가 수리돼서 공식적으로 완전히 물러났다. 32년전 맨주먹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했을 당시처럼 빈손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金회장은 서울 방배동 자택 한채밖에 재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金회장의 퇴진으로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산다」는 비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사내전산망을 통해 이 글을 접한 임직원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았았다는 후문이다. 대우자동차 한 임원은 『착잡하다는 심경외에 별다른 할말이 없다』며 『직원들이 이상할 정도로 회장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같으면 직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회장편지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을텐데 화제거리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직원은 『지금 상황에서 울분을 토한다거나 회장을 비난한다는 사실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많은 직원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金회장은 물론 우리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남겼다. 대우계열사 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남겼다. 그러나 金회장에 섣부른 평가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나쁘지만 언젠가는 金회장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가 올 것』이라고 못내 아쉬워했다. 金회장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거나 사적으로 비난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으나 단지 사업에 실패했다고 마치 그를 파렴치한처럼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가 70년대부터 IMF사태직전까지 세계를 누비며 수출증대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또 주식회사의 경영인이 경영에 실패해 회사가 잘못됐다면 주주로서 유한책임을 지는 것이지 여론을 의식해 억지로 재벌총수를 여론의 잣대로 심판하는 것은 부당하다. 金회장은 한때 대학생들로부터 「사업자문을 받고 싶은 최고의 인물」로 뽑혔을 만큼 샐러리맨의 우상이었다. 「대우는 우리경제의 값진 재산」이라는 金회장의 마지막 말처럼 우상은 무너졌지만 우상이 창조했던 신화는 우리들에게 값진 재산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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