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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전문가 "우린 도저히 K팝처럼 성공 못해"

<상> 진화하는 코리아 열풍<br>SNS·유튜브 타고 끝없이 확산… 거품 논란 씻고 10년간 건재<br>한류로 먹고 사는 사람 많아져 당당한 독자 산업군 자리매김

지난 23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동방신기의 공연에 몰려든 관객들. 일본에서 한류가 드라마·K팝 등으로 분화하며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지난 한 해 도쿄에서 상가 임대료가 오른 곳은 한인타운 신오쿠보를 포함해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일본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한류가 있다.

지난 2월 수도권에 해당하는 도쿄 인근 지역 지상파TV와 케이블TV에서 송출되고 있는 한류 관련 드라마의 숫자는 50여개. 이제 한류는 한번 스치고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일본 문화 속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오는 5월16ㆍ17일 양일간 '2012 서울경제 포럼-한류, 글로벌경제를 품다'의 개최를 앞두고 일본 내에서 진화하고 있는 한류와 한류의 잠재적 역기능, 나아 갈 방향 등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인터넷부터 평정한 한류=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ㆍ39)씨는 현재 일본 방송에서 6개, 한국에서 1개 등 7개 프로그램(라디오 3개, TV 4개)을 진행하는 한류전문 저널리스트다.

그는 한류를 이끌고 있는 K팝 돌풍을 한국의 특수한 인터넷 환경과 저작권 문제에서 찾고 있다.

드라마ㆍK팝 등 한류 콘텐츠의 붐과 한국 고유의 인터넷 문화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얘기다.

마사유키씨는 이와 관련, "한국은 한류 붐을 일으키는 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인터넷 통로, 특히 유튜브를 성공적으로 이용했다"며 "일본에서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한국처럼 하고 싶어도 도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사람들은 동영상이나 음원을 가지고 있어도 저작권에 대한 준법 정신 때문에 그런 콘텐츠를 함부로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탄탄한 인터넷 인프라에 저작권에 관대한 정서가 상승작용을 하면서 마른 장작에 불이 붙듯이 한류 붐을 순식간에 확산시킬 수 있었다는 얘기다.

마사유키씨는 "만약 일본사람들의 저작권에 대한 생각이 관대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며 "역설적이지만 저작권 남용에 관대한 인식이 도리어 한류 붐을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유튜브에서 K팝 스타들의 퍼포먼스를 볼 수 없었다면 오늘의 K팝은 없었을 것"이라며 "K팝 스타들을 거느린 기획사들이 의도적으로 그런 전략을 구사했다면 훌륭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한류는 간다=4월23일 프로야구 선수 이대호가 속한 오릭스 버펄로스의 홈구장인 오사카(大阪)의 교세라 돔. 3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돔구장의 관중석은 동방신기 팬들이 흔들어대는 형광봉으로 온통 붉은 물결을 이뤘다. 운동장 바닥에 깔린 1만여개의 의자도 관중이 들어찼다. 구장안에 무려 4만5,000여명의 관객이 입추의 여지 없이 몰려든 것이다.

이들은 공연이 시작된 오후6시부터 앵콜 곡을 더해 30분이나 길어진 9시30분까지 동방신기가 '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쉬라'고 부탁할 때까지 전원이 스탠딩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최강창민과 유노윤호의 몸짓 하나, 멘트 한 마디에 이들은 울고 웃었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한류는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일본 안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일본 굴지의 잡지사 '피아(ぴあ)'에서 발행하는 한류관련 전문잡지 '한류피아(韓流ぴあ)'의 가나자와 치세 마케팅담당 과장은 "처음에는 한류 안에 음악ㆍ영화ㆍ드라마 등이 모두 포함돼 있었는데 지금은 드라마를 좋아하는 계층이 따로 있고 음악을 좋아하는 계층이 따로 있다"며 "이제는 K팝이 한류 안에서 떨어져 나가 새로운 장르로 분화했다"고 말했다. 뭉뚱그려졌던 한류가 다양한 장르로 분화하면서 최소한 일본 안에서만큼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영호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도 비슷한 견해다.

"2003년께도 한류 거품 논란이 있었다. 3~4년 지나면 꺼질 것이라고들 했지만 10년 이상 건재하지 않은가. 일본에서 한류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또 있다. 이미 일본에는 방송ㆍ출판ㆍ공연ㆍ여행사 등 한류로 먹고 사는 인구가 꽤 된다는 점이다. 한류가 사라지면 일본에서도 일자리 잃는 사람들이 꽤 나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류가 갈 것으로 본다. 이미 한류라는 산업군이 형성된 것이다."

신오쿠보의 상인들도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한다.

한번 좋아하면 죽을 때까지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의 속성으로 볼 때 한류는 한순간에 꺼질 거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배용준이 출연한 겨울연가로 형성되기 시작한 한류 팬들이 처음에는 탤런트나 배우에 국한해 한국 문화를 탐닉했지만 그로부터 출발한 관심은 음식ㆍ문화ㆍ전통 등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신오쿠보의 한 상인은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신오쿠보에 한국산 화장품 상점이 줄을 이어 개점하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은 신오쿠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시부야(渋谷)의 최고급 미장원에도 한류 스타의 사진을 들고 이 사람처럼 해달라는 일본 여자들이 줄을 선다고 들었다."

붐이 더 일어날지, 아니면 정체 국면으로 접어들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상황으로 판단할 때 최소한 현수준만큼은 유지될 것 같다는 것이 일본에 있는 교민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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