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국채 무제한 매입을 선언하며 일단 급한 불을 껐지만 시장 안정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독일 헌법재판소의 유로안정화기구(ESM) 위헌 판결, 네덜란드 총선 등 ‘초대형 이벤트’가 동시에 열리는 오는 12일(현지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 커져= 가장 큰 관심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행보다. 버냉키 의장이 12~13일 이틀간 열리는 FOMC에서 3차 양적완화(QE3) 카드를 꺼내 들 경우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시장의 흐름 역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FRB가 QE3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7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비농업부문고용자수가 전달에 비해 9만 6,000명 증가하는데 그쳐 전망치인 13만명 증가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7월 비농업부문고용자수도 당초 16만 3,000명 증가에서 14만 1,000명 증가로 하향 수정됐다.
이날 함께 발표된 8월 실업률은 8.1%로 전달의 8.3%에 비해 하락했으나 블룸버그통신은 “실업률이 하락한 것은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고용 상황이 개선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 고용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1,3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의 실업 인구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양적완화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부양책을 더 이상 늦추면 경기 전반에 구조적 위험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 역시 지난달 31일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지난 2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경제회복에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 기대감을 높였다.
◇독일 헌재 판결ㆍ네덜란드 총선도 관전 포인트= 독일 헌법재판소의 유로안정화기구(ESM) 위헌 여부 판결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총액 5,000억유로 규모의 ESM은 유럽 재정위기에 대응하는 방화벽으로 독일이 가장 많은 부담을 떠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만일 독일 헌재가 ESM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릴 경우 아예 출범 자체가 어려워지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스페인ㆍ이탈리아 등 위기국가의 부도 공포가 더 커지는 것은 물론 2년 넘게 끌어온 재정위기의 해법도 원점에서 다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극도의 패닉이 일어날 수 있다.
다만 ESM이 위헌 판정을 받을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최근 “합헌 판결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밝힌 바 있다.
12일 열리는 네덜란드 총선도 유럽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독일과 더불어 긴축 정책을 주도해 왔는데, 만약 극좌파 정당인 사회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반(反) 긴축 여론이 들불처럼 번져나갈 수 있다.
이밖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이날 역내 은행의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ECB의 감독권한을 강화해 은행동맹을 앞당기자는 입장이지만 나라 별로 입장이 달라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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