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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나가수'식 생존법


'나가수식 생존법'이란 게 있다.

'나는 가수다(일명 나가수)'는 요즘 한창 대세인 경연(競演) 프로그램 중에서도 잘나가는 프로다. 사실 '나가수'의 출연자 면면은 굳이 '나는 가수다'라고 할 필요도 없이 진부하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 역시 신곡도 아니고 상당수는 꽤 오래된 옛 곡들이다. 그래서 방송 초기에는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한 다른 경연 프로그램과 달리 신선함이 없어 성공할지 의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의외로 대중은 '나가수'에 열광하고 1년이 가깝도록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진부한 가수와 식상한 옛 곡임에도 대중이 호응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원곡의 리메이크임에도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곡처럼 다가온다는 점이다. 출연진들은 단순한 모창(模唱)을 넘어 원곡의 재해석을 통해 전혀 다른 색깔과 맛의 노래를 들려준다. 모방이되 창조적인 셈이다.

'나가수'가 대중의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경쟁 방식'이다. 영원한 1등도 만년 꼴찌도 없다. 어제 1등을 차지했던 가수가 다음 경연에서 탈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쟁방식은 참가자들에게 단 한번의 나태함이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자신을 보여주려 최선을 다한다.

뼈 깎는 변화통해 치열하게 경쟁

'나가수식 생존법'은 바로 기존의 자신을 버리고 뼈를 깎는 변화를 통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드는 생존법인 셈이다.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가 될 것(윤석경 SK건설 부회장)", "생사를 건 승부를 펼쳐야 한다(박창규 롯데건설 사장)", "관행적 패러다임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비즈니스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올해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에서 발췌한 말들이다. 기업 CEO들의 신년사에서 '위기'라는 단어는 18번이라는 말도 있지만 올해 건설업계 최고 경영자들의 신년사에는 예년과 달리 사뭇 비장함이 묻어 있다. "경영 리스크가 일상화되는 상시 위기(常時 危機)의 시대(정동화 포스코건설 사장)"라는 말도 나온다.

굳이 위기를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건설시장 안팎의 여건은 심상치 않다. 공공 부문의 발주 감소는 물론 주택 등 민간 부문 역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시장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각 연구소들은 전망하고 있다. 호황을 누렸던 해외 수주시장 역시 연초부터 이란 제재의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고 유럽 재정위기는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여건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벌써 상위 100개 건설사 가운데 25곳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상태다. 이 중 상당수는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접어야 할 상황이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업체 중 상당수는 지방 분양 열기에 편승해 뒤늦게 뛰어들어 대규모 사업을 벌였다가 미분양에 발목을 잡힌 곳들이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기 보다는 그저 사업이 잘된다면 너도나도 몰려가 사업을 벌이는 '모방 경영'에만 몰두했을 뿐이다.

경직된 조직문화 소통으로 풀어야

최근 건설사들은 위기를 강조하면서 뼈를 깎는 '변화'를 모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건설업계는 상명하달식의 조직문화가 뿌리깊게 남아 있는 곳으로 꼽힌다. 변화 자체가 쉽지 않은 경직된 조직문화인 셈이다.

우선 변화의 첫걸음을 소통으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직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직원들에게 다소 거친 생각일지라도 맘껏 창의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고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거기에서 생각지 못했던 위기 극복 방안과 변화의 단초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때로 아주 작은 변화가 큰 물줄기를 바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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