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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해외 M&A와 국내 빅딜
입력1999-04-05 00:00:00
수정
1999.04.05 00:00:00
일반적으로 M&A(기업인수·합병)가 성공했느냐 또는 실패했느냐는 거래를 예정했던 가격 혹은 그보다 유리한 가격으로 이뤄냈느냐로 따지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조건이 성공적인 M&A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충분한 것은 아니다.M&A를 통해서 추구하는 목표는 긍극적으로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다. M&A를 통해서 달성하고자 했던 비용의 절감이나 생산성의 향상 등이 이루어져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었을 때 비로소 M&A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은 안정적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안정적 가치 창출은 서로 다른 조직과 문화가 잘 융화되는 바탕 위에서 가능하다.
따라서 성공적인 M&A를 위해서 관련 당사자는 다음의 사항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동일 조건의 M&A에 대하여도 집행 방법에 따라 M&A의 결과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식하며, 둘째, 환경 변화에 유연성을 갖고 대처하기 위한 사전 전략을 수립하고, 셋째,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의 능동적 해결을 위하여 철저한 사전 준비와 치밀한 집행이 필요함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내 M&A의 변화된 환경하에서 현재 재벌들 간에 진행중인 빅딜과 세계적으로 진행중인 초대형 M&A의 특징을 파악함으로써 향후 국내 M&A의 진행 방향을 살펴 보고자 한다.
해외 M&A 추세
단기의 재무적 수익을 목적으로 하던 80년대 후반의 M&A는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사업재편 등 전략적 목적으로 바뀌었고 규모도 대형화되었다. 또 환경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는 작고 단단한 기업들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 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미국과 유럽 등의 초대형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주요 경쟁 상대방을 대상으로 적극적 인수 합병에 나서게 되었다.
예를 들어 미국 4위의 통신업체인 월드콤은 업계 2위인 MCI를 370억달러에 인수하여 장거리전화시장 및 인터넷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렸으며, 이에 대해 통신업체 1위인 AT&T는 케이블TV 업체인 TCI를 550억달러에 인수하여 전화서비스와 인터넷서비스 그리고 케이블TV까지 제공하는 업체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편 제약업계에서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소요되는 반면 제품수명 주기가 점차 짧아지는 상황에서 제약업계는 독자적으로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합병을 통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또 석유업계에서는 엑슨과 모빌이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제품 가격을 낮춤으로써 공급과잉 상태인 석유시장 지배력을 한층 높이고 있다. 엑슨과 모빌은 과거 시장 독점 금지에 따라 스탠다드 석유회사가 여러 개 회사로 분리된 회사중 하나로 각각 시장점유율 1위와 2위인 회사였다. 이제 이들이 다시 합쳐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M&A의 대상은 국경을 초월하고 있으며 규모 또한 초대형화 추세에 있다. 작년 독일의 벤츠사가 400억달러에 미국의 빅쓰리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사를 인수하였고, 미국 유럽 및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국경을 초월한 초대형 M&A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M&A는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가 해소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초대형 합병이 곧바로 시장지배를 통한 매출의 증가 또는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 구조 개선이라는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합병전 충분한 검토와 합병이후 효율적인 관리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국내 M&A 환경 변화
최근 M&A를 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에 큰 변화가 있음을 느낀다. 과거에는 M&A의 역할 즉 인력과 자원의 재배치를 통한 효율성증가라는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인식은 단편적이었다. 특히 적대적 M&A의 경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열심히 일하는 기업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가해 경영권을 탈취, 손쉽게 한탕하는 방식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또 기업이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무리함으로써 기업활동에 지장을 가져와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던 일반인들은, 일반적인 M&A에 대하여도 다소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따라서 효율적 경영에 소홀한 기업주마저도 적대적 M&A시도에 대해 국민정서나 지역정서에 호소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하는 경우가 적지않았다(물론 여론에 적대적M&A의 부당함을 알려 여론을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함으로써 적대적 M&A를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어 수단이다).
과거 정부의 재벌중심의 성장위주 정책과 기업 소유에 대한 애착으로 재벌간의 M&A거래가 별로 없었던 점도 국내 M&A가 활성화되지 못한 한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M&A와 관련된 각종의 규제 사항 등이 M&A의 활성화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었으며, 평생고용의 기업문화와 활발한 노조활동에 따른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 역시 국내 M&A시장에 많은 제약으로 작용해 왔다. 따라서 M&A를 통한 가치 창출의 한계로 기업은 스스로의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많은 기업들이 경쟁력 상실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IMF관리 체제하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이러한 제약 요소들이 해결 또는 완화되고 있으며, 노동시장 역시 다소 유연성을 갖게 되어 M&A의 순기능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이 어느 정도는 갖추어진 상황이다. 기업 및 일반인들도 M&A의 긍정적 측면을 차츰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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