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가 되고 그가 산 작품은 곧 명화가 된다.'
예술작품 수집가로 유명한 찰스 사치(Charles Saatchi)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광고 기획자로 세상에 나왔고 현재는 예술품 수집가, 미술 후원자, 큐레이터이자 딜러로 광고계와 미술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사치의 발자취를 담고 있다.
그의 본격적인 행보는 광고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된다. 유대인 출신의 영국인인 사치는 1970년 동생과 함께 사치&사치라는 광고회사를 세운다. 광고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는 이후 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리게 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사들인다. 덕분에 신인작가 발굴의 대명사로 불리게 되고 영국 미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받는다. 또한 영국 현대미술이 뉴욕을 넘어설 수 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책은 특히 '광고쟁이 사치'와 '미술광 사치'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광고와 마케팅으로 얻은 그의 경험이 수집가로 활동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항상 정확한 가격을 주고 작품을 구매하며 팔 때를 알고 매각하는 그만의 감(感)은 과거 광고계에서 활약한 그의 배경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
책은 사치의 행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1960년 이후 그를 둘러싼 영국 정치와 사회를 묘사하며 당시의 경제와 이데올로기, 예술에 대한 관념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사치가 구매했거나 소장했던 작품을 책의 중간중간 보여주면서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배경을 설명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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