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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4일] 여전한 후진국형 행정

과천정부청사의 한 공무원은 최근 “최근 일련의 행정조치를 보면 답답할 뿐입니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후진국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며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은 요즘 부쩍 늘어나는 공무원들의 불만 섞인 넋두리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출범 직후 “업무는 철저하게 효율을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던 실용정부이지만 실용은 없고 구태만 여전하다. 지난 1970~1980년대식 전시행정의 전형으로 자동차의 홀짝제, 월 1회 구내식당 휴무제, 해외출장 자제령 등 효율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건수’만을 늘리는 행정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하소연이 쉬지 않고 들린다. 위기 상황에서 이런 불만을 배부른 넋두리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자동차 홀짝제는 국제유가가 3분의1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유지하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홀짝제 등을 폐지할 명분이 없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에너지절감의 실효성도 없는 홀짝제를 유지해야 할 논거는 이미 빈약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홀짝제를 도입하면서 청사 외부의 주차장은 물론 도로변 주차장까지 모두 폐쇄된 상태다. 수천평의 땅을 그냥 놀리고 있다. 공간이용의 효율성을 볼 때 실용을 주장하는 정부의 정책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다. 더구나 홀짝제를 시행하는 정부청사와는 달리 국회는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홀짝제와 5부제의 미스매칭으로 차를 국회 밖에 두고 업무를 봐야 하는 경험도 빈번하다. 비효율만 초래하는 행정의 극치다. 내수를 살린답시고 월 1회 구내식당을 쉬도록 한 조치나 해외출장 자제령 등에 대한 평가도 비슷하다. 행정안전부는 광화문ㆍ과천ㆍ대전의 정부청사 인근 자영업자를 위해 한달에 한번씩 청사 구내식당을 쉬도록 하는 ‘구내식당 월 1회 휴무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청사 주변의 자영업자들을 돕는 취지는 십분 이해가 가지만 “야근자는 전혀 배려하지 않는 조치”라고 꼬집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뿐인가. 내수활성화 대책으로 골프장 건설, 골프관련 세금 인하 등의 조치를 내놓고도 정부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공무원의 골프 금지령’을 시달했다. 반짝 효과야 나타나겠지만 역으로 도둑골프가 늘고 있다. 행정의 불일치를 언제까지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줘야 할지 참으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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