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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찾아 삼만리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늦은 새해 인사겠거니 반갑게 받았는데 목소리가 밝지 않았다.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작년에 귀국했지만 취업 때문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아예 영국에서 눌러앉을 생각도 갖고 간다는 말에 썰렁하게 작별인사를 나눴다. 작년 말에도 한 친구가 크리스마스를 보내곤 캐나다로 떠난 터였다. 몇 년 전만 해도 학업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던 젊은이들이 이제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고 있다. 운 좋게 원하는 직장에 들어간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나마 남은 친구 몇몇은 평생이 보장된다는 고시 공부에 미래를 고스란히 걸었다. 올 초 발표된 한 조사결과에서 지난해 대졸자는 1년 동안 평균 17번 입사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취직한 20대 2명 중 1명은 임시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매년 30만 개씩 늘어야 한다는 일자리는 작년에 3만 개가 없어졌지만 올해도 대학을 졸업한 후배들은 어김없이 사회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자리를 찾는 게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게 어찌 보면 더 쉬운 선택일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복지”라고 말한 후 일자리 창출은 경제계 최대의 화두가 됐다. 하지만 정부 정책들을 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정부의 발표대로 공공부문 일자리가 몇 개 늘어나고 기업이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 채용을 더 늘일 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런 방식으로는 `최고의 복지`가 실현될 지는커녕 약속한 일자리 숫자도 다 채우기 힘들어 보인다는 점이다. 일자리 창출을 본래 기업이 할 일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일자리를 직접 늘리겠다고 어설프게 나서기 보다 기업이 채용을 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으로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고 외국기업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는 게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다. 20대가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세대라지만 이태백은 `하늘이 준 재능은 쓰여질 날이 있다(天生我材必有用)`는 시구를 남겼다. 30만 개 일자리를 만드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이연선 경제부 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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