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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경제프리즘] 변형 인구폭탄


로마 멸망의 원인에 대한 학설은 구구하다. 정치 경제적 원인에서부터 종교 심지어 기후 변화에다 로마인들의 납중독 때문이란 주장까지도 있다. 그 같은 각양각색 해석 중 설득력 있는 견해 하나는 인구 감소다. 로마가 망국의 상황을 맞게 된 건 제국 후반기 전염병 등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경제력 혹은 지배 권력의 치명적 약화로 연결됐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인종적 관점에서 혼혈에 의한 인종적 퇴화 현상을 원인으로 진단하는 시각은 흥미롭다. 인종적 특성의 순수성 상실, 잡종화 현상이 제국 몰락의 뿌리가 됐다는 분석이다. ▦로마 제국 멸망에 대한 이 같은 해석에 접하면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21세기 제국’ 미국이다. 지난 2003년 백인들의 왕국 미국은 보이지 않는 혁명을 겪었다. 중남미계가 흑인을 제치고 미국내 최대 소수민족이 된 것. 당시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지는 그 같은 인구 구성 변화를 일찍이 미국이 경험한 적이 없었다며 경제 정치 문화에서 새로운 중대한 변화 요인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종 문제는 전통적으로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사회문제. 미국에서 중남미계의 영향력 증대는 따라서 간단치 않은 사회 변혁을 예고하는 서막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백인들의 혈통으로 전세계의 미국화 ‘팍스 아메리카나’를 실현하려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에게 백인의 낮은 출산율과 히스패닉계의 가파른 인구증가는 엄청 신경 쓰이는 문제다. “중남미계 대통령이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드러내지 않는 고민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게 만드는 게 미국내 인종별 출산율에 따른 인구 구성의 최근 변화 상황이다. ▦훗날 미국에 ‘맞짱’을 뜨려 하는 중국의 경우도 인구 문제는 이래저래 답이 안 나오는 가장 기본적 과제다. “13억 인구는 중국의 희망이자 절망” 누군가의 이 같은 표현은 중국의 인구 문제의 본질을 나타내는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세계 1위의 인구로 밀어붙이는 고도성장으로 중국의 세계 제패, 즉 ‘팍스 시니카’를 꿈꾸는 대륙인들이지만 변화되는 인구 구조가 만들어 내는 온갖 사회적 부작용에는 묘책이 없다. 답답한 현실은 가족 구성부터 시작된다. 퇴직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중국인이 4분의 1이 채 안될 국내 상황에서 이제까지의 1가정 1자녀 정책은 이른바 ‘4-2-1’ 문제를 낳으며 당장 전세계 식량 파동의 대혼란과도 연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즉 자녀 1명이 2명의 부모와 4명의 조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기형적’ 상황이다. 말 그대로 ‘한 주머니 여섯 입’(one pocket six mouths)의 사회상이 다가오는 중국의 뒷모습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 식량 증가는 산술 급수적으로 늘어 미래에 대량 식량부족 사태를 빚을 것” 고교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오늘 날 전세계 인구 64억 명중 62억 명은 굶주려야 하지만 과학 기술의 진보로 식량은 120억 명을 먹어 살릴 만큼 남아 돈다. 세상이 바뀌어 멜더스의 이론이 용도 폐기된 건 분명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는 이제 상당수 국가들에게 새로운 패턴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인구 증가의 양적 부작용을 넘어 고령화가 던지는 질적 인구 문제는 어찌 보면 해당 국가들에게 더 높은 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부터가 당장 문제다. 인구 급증으로 인한 맬서스의 ‘인구폭탄’이 이제는 그 기형적 모양새 때문에 폭발할 지 모를 가능성으로 지구촌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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