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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섭 '솔모로 악몽' 날렸다

17번홀 1억원짜리 칩샷 버디… 3년전 아픔 씻고 시즌 첫승<br>메리츠솔모로오픈 최종

김대섭이 20일 메리츠솔모로오픈 최종라운드에서 페어웨이우드 샷을 하고 있다./여주=KPGA제공


지난 2006년 5월. 골프장 한 쪽에서 부인(당시 약혼녀)과 함께 한참 눈물을 쏟아낸 사내가 있었다.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몇 차례 OB(아웃오브바운드)를 내며 무너졌고 정신이 없었는지 마지막 홀 스코어 트리플보기를 더블보기로 적어내는 바람에 실격까지 당했다. 이후 2년 여의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려야 했다. 김대섭(28ㆍ삼화저축은행)이 3년 여 만에 '솔모로 악몽'을 깨끗이 씻어내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김대섭은 20일 경기 여주의 솔모로CC(파71ㆍ6,757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SBS코리안투어 메리츠솔모로오픈(총상금 5억원) 4라운드에서 보기를 2개로 막고 버디 3개와 이글 1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1타 차 2위로 출발한 그는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를 기록해 김대현(21ㆍ하이트)을 1타 차이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9월 한중투어 KEB인비테이셔널 2차대회에서 2년4개월 만에 우승 맛을 봤던 김대섭은 1년 만에 다시 우승컵에 입을 맞추며 프로 통산 5승째를 달성했다. 우승상금 1억원을 손에 넣어 시즌상금 3억587만원을 쌓아 2위로 한 계단 상승, 이번 대회 컷오프 된 1위 배상문(23ㆍ키움증권ㆍ5억605만원)의 독주 견제에 나섰다. 3라운드 선두였던 김도훈(20ㆍ넥슨홀딩스) 등 상위권 선수들이 까다로운 코스에서 타수를 잃는 사이 승부는 김대섭과 김대현의 다툼으로 좁혀졌다. 한 조 앞에서 김대현이 1타를 줄이면 김대섭이 따라붙는 형국이 후반까지 이어졌다. 팽팽하던 승부의 추는 막판 김대현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국내 최장 드라이버 샷을 앞세워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뽑으며 1타를 앞서 나간 것. 그러나 김대섭의 승부근성은 꺾일 줄 몰랐다. 17번홀(파4)에서 그린을 놓쳤지만 절묘한 칩샷이 20m 가량을 굴러 핀과 홀 사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서 극적으로 동률을 이뤘다. 연장전이 예상됐던 상황. 하지만 부담감 때문인 듯 김대현이 18번홀(파3)에서 첫번째 퍼트를 홀에 가깝게 붙이지 못하고 3퍼트로 보기를 적어내면서 승부가 갈렸다. 김대섭은 티샷을 안전하게 그린에 올려 2퍼트로 파 세이브를 해낸 뒤 아들을 번쩍 들어올리며 감격을 만끽했다. 김대섭은 "3년 전 우승을 놓친 뒤 골프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던 이 코스를 정복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고 '1억원짜리 칩샷'을 성공시킨 17번홀 버디에 대해서는 "마지막이 파3홀이라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대현은 지난해 KEB인비테이셔널에서 김대섭에 연장전 패배를 경험한 데 이어 김대섭과의 '악연'에 다시 한번 생애 첫 승 기회를 미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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