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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돌직구로 현실 풍자… 발칙하지만 통쾌한 19금 입담

[리뷰] ■ 뮤지컬 '애비뉴Q'<br>전두환·김정은·노홍철 등 한국적 자막 각색 돋보여


인생의 가치 혹은 삶의 진리를 엄숙하거나 진지한 충고가 아닌 유쾌한 난도질과 노골적인 까발림으로 전할 수 있을까. 뮤지컬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메가톤급 인기를 끌고 한반도에 이제 막 상륙한 뮤지컬 '애비뉴Q(Avenue Q)'를 보고 나면 주저 없이 '예스(YES)'라고 답할 수 있다.

로버트 로페즈와 제프 막스 작곡ㆍ작사로 탄생된 이 작품은 토니상의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최고작품상ㆍ극본상ㆍ음악상을 모두 휩쓴 대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와 비슷한 미국의 인기 TV 유아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퍼핏(Puppetㆍ배우들이 손을 사용해 움직이는 인형)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청년실업, 인종차별, 섹스, 동성애 등 다양한 담론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유쾌하게 풍자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격렬한 베드신이 펼쳐지기도 하고, 남녀가 체위를 놓고 주고 받는 대화도 낯뜨겁기만 하다. 만약 배우들이 이런 장면과 대화를 직접 연기했으면, 관객 입장에선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연기를 하는 주인공은 9명의 퍼핏들. 인형들이 대신 연기하는 만큼 관객 입장에선 일정 정도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는 심리적 장치가 된다.

뉴욕 변두리 지역의 별난 이웃들이 등장하는 만큼 캐릭터 각각이 무척이나 다양하다. 청년백수 프린스턴, 예쁘고 똑똑하지만 남자친구가 없는 유치원 교사 케이트, 번듯한 월스트리트맨이지만 남모를 비밀을 가진 로드, 남자만 보면 유혹을 멈출 수 없는 클럽가수 루시… 이들은 "엿 같은 내 인생"이라고 한탄하기도 하고,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며 소리치기도 한다. 강도 높은 발칙한 발언에 놀라는 관객들도 어느 순간 이들 퍼핏과 자신이 닮은 꼴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애비뉴Q'는 퍼핏들의 입과 행동을 통해 누구나 품고 있지만 타인에겐 결코 들키고 싶지 않았던 내밀한 고민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청년실업과 직장생활 문제, 섹스와 사랑에 관한 보편적인 문제부터 동성애, 포르노 중독 등 입에 담기 불편한 심각한 사회 문제까지 '날것 그대로' 들춰낸 풍자와 해학이 부담 없이 공감하고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미국 및 유럽 등지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공전의 히트를 쳤던 작품인 만큼 한국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작품을 보고 나면 이런 우려가 '기우(杞憂)'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국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자막 가운데 상당 부분을 우리 사회 현실에 맞게 각색하고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의 감수까지 받는 수고가 뒤따랐다고 한다. 자막 스크린에 '열라 구리다", "나 기분 급 좋아짐" 등 영어의 속어를 우리 식으로 적절하게 옮긴 자막은 연신 객석에서 웃음보를 터뜨린다. 곳곳에 배치한 한국적 풍자 또한 작품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29만원'을 비롯해 북의 김정은, MBC TV '나 혼자 산다'의 노홍철 등의 대사에 빠져 있다 보면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에서 탄생했다는 사실마저 잊게 된다.

후반부로 가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 자존감을 갖고 스스로를 지킬 것, 현재에 충실할 것 등의 메시지가 거부감 없이 펼쳐지며 어느 순간 각박하게 살고 있는 나 자신을 힐링하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 단, 다소 노골적인 대사와 연기가 빈번하게 나오는 만큼 만 15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오는 10월 6일까지 잠실 샤롯데시어터.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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