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ㆍ신한ㆍ하나 같은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를 뽑는다. 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사추위에 들어가는데 사외이사가 많게는 6~7명까지 된다. 그렇다 보니 사실상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이 세다. KB 같이 전통적으로 사외이사들의 힘이 막강한 조직에서는 사외이사가 추천하는 사람이 사외이사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모범규준상 최장 5년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면 서로가 서로를 추천해 임기를 채우는 사례가 많다. ISS가 일부 사외이사진에 선임을 반대해 파장이 일었던 KB금융지주도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들이 모두 연임했다. 사추위와 이사회에서 모두 연임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사이에서 찍히면 연임이 어렵기 때문에 튀거나 사외이사진들의 주류 의견과 반하는 일을 하기가 어렵다"며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서로가 서로를 추천하니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사외이사가 다수인 사추위 구성을 바꾸거나 외부 인력을 크게 늘리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추위 내의 사외이사 숫자를 줄여 사외이사들이 서로가 서로를 추천하는 일을 사실상 막는 것이다. 최소한의 사외이사는 사추위에 참여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처럼 절대 다수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외이사 추천을 위한 자문단 구성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있다. 외부 전문가 등을 꾸려진 자문단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해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사외이사를 정하는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배제된 자문단에서 사외이사 후보 목록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사외이사를 추천하거나 결정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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