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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버린의 SK투자 회수가 남긴 교훈

소버린 자산운용이 어제 SK㈜ 지분 14.8%를 모두 팔아 2년 4개월 만에 8,000여억원을 챙기고 한국을 떠났다. 시세차익 7,500억원에 배당수입 500억원까지 거뒀으니 1,768억원을 투자해 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결국 소버린은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것이라거나 장기투자목적이라는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투기 자본임을 확인시킨 꼴이 됐다. 소버린이 엄청난 투기이익을 챙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투자를 했기 때문에 문제삼을 것은 없다. 이익이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돈의 속성이다. 외국 자본이고 투자액의 네배 이상을 벌었다고 해서 비난하는 국수적인 발상이다. 소버린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겨갔지만 외국자본에 무력한 우리 경제의 약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주식대량보유내역과 투자목적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5% 룰을 도입했고 기업들은 주주와 시장을 중시하는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성과도 있었다.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자산규모 50조원으로 국내 4위의 기업이 1,768억원에 의해 뿌리째 흔들리 수밖에 없었던 문제를 따져 제2, 제3의 소버린사태가 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버린은 국내 기업의 취약한 지분구조와 왜곡된 지배구조의 약점을 이용했다. 외환위기를 맞아 국내 기업들은 계열사를 매각하고 오너 일가의 지분을 대량으로 처분하는 바람에 지분율이 대폭 떨어졌다. 여기에 정부는 오너의 지나친 권한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지배구조개선을 밀어붙임으로써 결국 국내 기업들은 경영권방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어떤 지배구조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외국자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국내토종자본을 키우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영성과에 집착해 과다한 배당을 요구하고 조세협약 등을 교묘히 이용해 국부를 유출시키는 부도덕한 외국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대안 없이 기업과 기업인을 나쁘게 몰아붙이는 시민 단체들의 반성도 필요하다. SK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버린이 마치 국내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백기사인 양 옹호한 결과가 결국 투기자본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준 셈이 되지 않았는지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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