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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인식 변화 한몫… 노후 대비용 각광
입력2010-10-07 16:23:57
수정
2010.10.07 16:23:57
“집 값이 1년도 안돼 4,000만원이나 떨어졌어. 한 달에 자식들이 보내주는 80만원이 생활비의 전부인 데 관리비 내고 약 값 내면 교통비도 안 남아.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볼까 했는데 이자 낼 돈이 없어 포기했지. 딸이 주택연금을 받으라고 알려줘서 지난 4월에 가입했어 집을 넘긴다는 게 찜찜했지만 지금 월 169만원씩 받는데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리고 마음이 편해.”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김영윤(가명·71세) 할아버지는 지난 4월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고정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노후 생계 수단인 아파트 가격 마저 급락해 노후 생활을 위해 주택연금 가입을 결정했다.
◇집값 하락이 주택연금 관심 높였다=최근 집값 하락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주택연금이 집값 하락을 방어하려는 고령층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주택연금은 60세 이상 1세대 1주택 소유자가 9억원 이하 집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평생동안 연금을 받는 제도다. 주택연금은 엄밀히 말해 대출이다.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생활비를 대출받아 쓴 뒤 사후에 현물(집)을 제공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출범 초기에는 뿌리 깊은 주택 선호 현상으로 인해 가입자 수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월 신규 가입 건수가 최고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전화상담도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하루 20∼30통에 불과하던 문의가 올해는 하루 60∼100여건, 많을 때는 200건을 넘어섰다.
이 같은 주택연금의 인기는 최근 주택가격 하락에 기인하고 있다.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의 빚과 이자비용이 늘고 주택 수익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전반적인 주택 수요가 감소해 상당기간 주택가격 하락 현상은 이어질 것”라고 전망했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 가계는 금융자산 대비 부채 규모가 매우 높고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구성돼 노후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주택연금과 종신연금 등 연금 관련 금융상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에 대한 인식변화도 한 몫=주택연금이 관심을 얻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집에 대한 빠른 인식변화다.
공사가 60세 이상 주택을 보유한 일반 노년층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택을 상속하겠다는 응답은 지난 2008년 87.2%에서 2010년 79.1%로 떨어졌다. 주택연금 이용자 687명 중에서는 상속 의향이 동 기간 62.5%에서 55.2%로 하락했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이유로 ‘자녀에게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서’가 55%로 가장 많았으며 ‘노후생활에 필요한 돈을 준비할 다른 방법이 없어서’가 37%, ‘좀 더 풍족한 삶을 누리려고’가 3%였다. 또 주택연금 가입 결정에 영향을 미친 대상은 아들이 48.8%, 딸이 28.4%로 자녀들의 인식변화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주택연금의 혜택은 상당하다. 가입자 중 최고액 수령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8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가진 85세 독신남성으로 월 지급금이 436만원에 이른다.
올 1월부터 지방세법이 개정돼 주택연금 가입자는 재산세를 25% 감면 받는 것도 또 다른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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