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간 1차 전선은 서로를 향해 '과거의 낡은 정치세력'으로 옭아매는 데서 형성됐다. 박 후보는 비례대표 의원직을 던지는 배수진을 치며 국민에게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문 후보는 "단일화로 승기를 잡은 만큼 의원직은 당선 이후 내려놓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며 '서민 후보'인 자신에게 지지를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문 후보를 '반칙으로 경쟁자를 짓밟은 비겁한 후보' '구태 정치인'이라고 비판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야권 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에 대한 동정 여론을 박 후보로 흡수하기 위해 먼저 문 후보의 문제점들에 집중 타격을 가한 셈이다.
박선규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후보가 통 큰 형님 모습으로 포장해 순진한 동생을 낭떠러지로 밀어놓고 뒤늦게 그 동생을 위하는 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형환 대변인도 "비열한 행동을 해놓고도 이제 안 후보에게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며 단일화 효과 차단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추가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을 재차 조명해 문 후보의 책임을 따지는 한편 참여정부 시절 각종 정책 실패도 본격 제기할 계획이다.
당의 공세와 달리 박 후보는 담대하게 국민 속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했다.
박 후보는 "어린 나이에 청와대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외환위기로 정치에 입문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민과 동행하며 살아왔다"며 "대선 후보로 서기까지 참으로 어려운 시간의 연속이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국민 여러분의 힘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대선이 그 큰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남은 정치 인생 전부를 나라와 국민에게 바칠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당과 문 후보는 곧장 박 후보를 때리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단일화가 사실상 마무리돼 문 후보와 박 후보 간 일대일 대결 구도가 명확해진 만큼 박 후보에 포격을 집중하며 검증에 들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 대선을 "과거 세력과 미래 세력의 대결, 낡은 정치와 새 정치의 대결, 귀족 후보와 서민 후보의 대결"이라며 "재벌과 특권층을 비호하는 세력에 맞서 복지와 민생을 지키는 세력을 선택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어 "불통하고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에 맞서 소통하고 동행하는 '겸손한 대통령'을 선택해달라"며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반칙과 특권을 떨쳐내고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문 후보 측 선대위는 "박 후보는 역사인식이 5ㆍ16 군사쿠데타와 유신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더욱 신랄하고 직접적으로 공격했다. 또 새누리당이 안 후보의 희생적 결단을 깎아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진성준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안 후보를 헐뜯고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비방에 골몰했다"며 "안 후보의 결단에 대해 뭐라 평할 자격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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