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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6월 4일] 현장이 민심이다

한달 전쯤 지방의 한 중견 기업체를 취재차 방문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지역에서 나름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던 건실한 회사였는데 마침 회장은 해외 출장길에 올라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사장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실은 회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방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많아 '도피성 출장'을 떠났다는 것이다. 세상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냐고 되물었더니 지방은 아직도 고교 동문이니 고향 후배니 해서 이리저리 엮이는 게 많아 도움을 요청하면 쉽사리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얘기였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들이란 예나 지금이나 어떻게든 정치바람을 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中企 친기업 정책 체감 못해 치열한 접전으로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6ㆍ2 지방선거가 여당 참패와 야당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정치 성향에 다라 다르겠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무엇보다 현 정부의 전반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민심의 호된 평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개별 정책의 정당성이나 기대효과를 떠나 독불장군식 밀어붙이기와 소통 부재에 내려진 국민들의 냉혹한 심판이라는 얘기다. 선거가 끝난 후 많은 이들이 '민심이 무섭다'는 말을 내뱉곤 하지만 산업현장, 특히 중소기업체를 다녀보면 의외로 현 정부에 대해 기대를 접었다거나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접할 때가 많다.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내걸고 있다지만 정작 산업현장에서는 이를 실감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중소기업들이 밀집한 안산시나 남동구 등 공단지대에서도 진보세력이 잇달아 당선됐을까 싶다. 여당이 줄곧 추진해온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수정안 등에 대해서도 마뜩지 않은 반응이 적지 않은 편이다. 얼마 전 만난 한 건설 하청업체 사장은 4대강에 온통 예산을 몰아주는 바람에 다른 부문의 공사대금은 20%나 깎여 납품가격을 맞추느라 죽을 맛이라고 했다. 단가를 맞추다 보니 값싼 자재를 쓸 수밖에 없고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을 제대로 설득하거나 감동시키지 못할뿐더러 또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까지 불러 일으킨다면 제대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되새겨봐야 한다. 요즘 중소기업계 현안 가운데 하나인 납품단가 갈등 문제만 해도 그렇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정부는 시장논리에 따라 양자 간에 해결할 문제라며 제도 개선을 소홀히 하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고질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더욱이 하반기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달 말로 패스트트랙이나 신용보증 등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책이 한꺼번에 종료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제 막 500만명 시대를 맞았다는 자영업자들 역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당정 단절된 소통 복원 나서야 이제 국민의 시선은 정부와 여당이 이 같은 민심 대이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정책변화로 보여줄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기업들이 민선 5기를 맞는 지방자치단체에 거는 기대도 마찬가지다. 바로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골고루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이 일선 현장에서 규제 완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마음 놓고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달라는 바램이다. 집권층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국민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단절된 소통의 복원에 나서야 한다. 집권 초기의 초심으로 돌아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과 함께 다시 뛰어야 한다. 그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그늘진 곳의 고통까지 보듬어 안는 그런 현장경영이야말로 모두가 국정운영에 거는 기대라고 할 수 있다. 정신만 제대로 차린다면 지금의 위기는 언젠가 기회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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