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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걸을 좇느라 조로를 놓쳤다. 웃음이 덮어버린 긴장감. 뮤지컬 '조로'가 참신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다.
조로는 1919년 미국 존스턴 매컬리의 단편소설 '카피스트라노의 저주'에 등장한 뒤 수차례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스페인 귀족 돈 디에고가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가다 야욕가 라몬의 악행으로 민중이 고통받자 검은 가면의 '조로'가 되어 악당을 물리친다는 게 익숙한 줄거리다.
뮤지컬 '조로'는 기존 작품은 물론 2011년 국내 초연작과도 전혀 다른 설정을 시도했다. 이야기의 시점부터가 '조로가 자취를 감추고 20년이 흐른 뒤'다. 전작의 귀족 디에고는 광산에서 강제노역 중 도망치다 죽을 뻔한 청년으로 재탄생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디에고는 가르시아 신부와 집시 여인 이네즈의 도움으로 '제2의 조로'가 되어 라몬에 맞선다는 내용으로 이야기의 뼈대도 손봤다. 대중에게 이미 많이 알려진 스토리에 '사라진 영웅'과 '새로운 영웅'이란 양념을 쳐 색다른 호기심을 만들어 낸 참신한 접근이다.
문제는 참신함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가벼움이다. 진지하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농담이나 몸 장난이 '훅'을 날려 몰입을 끊는다. 방금 전까지 개그콘서트를 찍던 배우가 정색하며 '죽이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진정한 복수다', '나는 힘없어 빼앗긴 억울한 사람들의 목소리다' 같은 대사를 할 때 묵직함보단 어색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조로가 되기 위해 훈련받던 디에고가 장난을 치는 가르시아에게 소리친다. "도대체 언제 진지해지는 거죠?" 관객이 극에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다.
열정적인 집시 음악과 360도 회전 무대는 인상적이다. 밴드 집시킹스가 만들어 낸 원작의 넘버에 이성준 음악감독이 새로 작곡한 라틴음악이 어우러지며 때론 매력적인 열정을, 때론 비탄에 빠진 감성을 극대화한다. 극 말미 조로와 라몬의 '열차 위 결투'는 대형 열차 세트와 360도 회전 무대, 배경 영상과 긴박감 넘치는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속도감과 입체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다만 열차 신을 제외한 일부 추격·대결 장면에서 아직까진 배우들의 움직임이 회전무대의 맛을 100%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20년 전 사라진 조로의 '반전 급' 사연도 영웅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지만, 쉽게 수긍하기엔 설정이 헐거워 보인다. 10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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