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규모만 연간 6,000억원에 이르는 당뇨약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제약업계의 신약 출시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오는 2050년 당뇨인구가 600만명에 이르러 '당뇨대란' 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당뇨 인구가 급증추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뇨약은 평생 먹어야 하고 한번 처방받은 약에 대해서는 잘 바꾸지 않는 이른바 '약물 충성도'가 높아 제약업계의 안정적인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업계의 신약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아에스티가 지난 2월 허가 신청한 '디펩티딜펩티다제-4(DPP-4)' 억제제 계열 당뇨신약인 '에보글립틴'의 승인을 위한 막바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통상 신약허가를 위한 검토기간이 6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르면 다음달 신약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에보글립틴에 대한 신약처의 승인이 나오면 26호 국산 신약이 된다.
에보글립틴은 국내 허가가 이뤄지기도 전에 중국과 인도, 브라질과 중남미 17개국, 러시아 등과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DPP-4 억제제는 당뇨시장의 40~50%를 차지하는 4세대 약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혈당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조절한다. 체중증가와 저혈당 등의 부작용이 적어 최근 가장 많이 처방되는 당뇨약이다.
이에 앞서 한독은 지난 10일 일본 미쯔비시다나베의 DPP-4 계열 신약인 '테넬리아'를 도입해 국내 출시했다.
체중감소와 혈압개선 효과 등에서 DPP-4 억제제의 경쟁 약물로 떠오르고 있는 '나트륨 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 억제제 계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간 제휴도 활발하다. SGLT-2는 과다한 포도당이 혈류 내로 재흡수되는 것을 차단하고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낮추는 약물이다.
대웅제약과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이 공동 판매중인 SGLT-2 계열 당뇨신약인 '슈글렛'은 이달부터 건강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게 돼 처방량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SGLT-2 치료제 시장은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와 CJ헬스케어가 공동판매 중인 '포시가'가 사실상 독점해 왔다.
이밖에 유한양행도 베링거인겔하임, 릴리가 공동개발한 SGLT-2 치료제인 '자디앙'을 내년에 출시키로 하고 제품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앞으로 업체간 점유율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뇨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DPP-4와 SGLT-2 약물은 함께 처방될 수 없는 만큼 서로 뺏고 뺏기는 시장 쟁탈전이 불가피하다"며 "서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국적제약사와의 협력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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