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개국이 넘는 창립회원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흥행에 성공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지분 배분을 놓고 중국과 유럽 국가들이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7일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AIIB가 회원 가입을 마무리하고 개최할 2차 회동에서는 지분과 투표권 배분을 결정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크게는 아시아와 비아시아, 좁게는 중국과 유럽이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일재경일보는 AIIB가 이미 투표권과 지분율을 둘러싸고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센 자코비 룩셈부르크 AIIB 수석 협상관은 인터뷰에서 "AIIB의 정책결정 과정은 지분율이나 투표권이 높은 국가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관리위원회·이사회 등 조직을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코비 협상관의 지적은 중국이 절대지분을 바탕으로 정책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중국도 이 같은 유럽 국가들의 공세에 대응하고 나섰다. AIIB 초대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진뤼췬 전 재정부 부부장은 "AIIB의 1대 주주인 중국의 지위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라며 "의사결정은 투표권이 아닌 합의로 이뤄질 것이며 다양한 국가들의 참여로 중국의 지분율도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AIIB의 고용 문제에 대해서도 유럽 국가들과 중국이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자코비 수석 협상관은 "암묵적으로 합의된 초대 AIIB 총재를 제외하고 고용과 조직구성 등에서는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세계은행이나 유엔 산하기구 등에 있는 외국어 조건, 다양한 업무경험 등이 AIIB 직원 요건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단 오는 6월까지 AIIB 가입 여부를 유보했던 일본도 창립회원국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월6일께 일본과 중국이 3년2개월 만에 재무장관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에서 열리는 회의에서는 일본의 AIIB 참여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국가들도 AIIB에 잇따라 가입하고 있다. 주요2개국(G2)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물론 새로운 원유 수요처 개발에 AIIB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6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가 AIIB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오만·카타르·이집트·요르단 등이 AIIB에 참가한 상태다. 걸프 지역 6개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이사회(GCC) 국가 중에서는 바레인을 빼고 모두 참여하는 셈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