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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방 정권으로 '질서있는 이양'땐 국내외 충격 안정세로
입력2011-02-01 16:16:59
수정
2011.02.01 16:16:59
신경립 기자
[시위 격화… 혼돈의 이집트] 무바라크 이후 권력구도는<br>국민 분노 진정되기 쉽잖아 조기 대선 치를 개연성도 커<br>이슬람 원리주의 권력 장악땐 국제사회 더 큰 갈등 부를수도
격화하는 이집트 내 반정부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이 사실상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를 맞는 이집트의 권력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극심한 혼란에 빠진 이집트의 앞날에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내심 바라는 친미정권으로의 '질서있는 이양(orderly transit)'부터 이란과 같은 급진 이슬람정권 수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다. '포스트 무바라크' 정국이 어떤 판도로 전개될지에 따라 이집트의 민주화 사태는 중동 정세를 점차 안정시키며 연착륙을 할 수도, 국제사회에 더 큰 갈등과 충격을 몰고 오는 경착륙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우선 국제질서 유지라는 측면에서 가장 안전한 시나라오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는 9월 열리는 선거에서의 불출마를 약속하면서 성난 민심이 수습되고 자연스러운 정권이양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1월31일(현지시간) "무바라크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물러나는 대신 현 통치 시스템의 일부가 유지되는 것이 미국 정가가 원하는 '질서 있는 이양'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도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9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 경우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약속에 성난 민심이 수습되면서 혼란과 폭력사태는 점차 진정되고 9월 선거 이후에는 친서방 성향을 지니면서도 군부와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새 대통령 아래 이집트 사회는 연착륙에 성공하게 된다. BBC는 선거 이후 새로 선출될 이집트 지도자로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총장을 지목하고 있지만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 등 군부 출신 인사들이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집트 국민들이 9월 선거까지 약 8개월을 기다려줄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머지않아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하면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거나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시나리오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이집트 야권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즉각 퇴진'할 것을 요구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국내외 퇴진압력 속에서 '버티기'에 돌입했지만 들끓는 국민들의 분노에 밀려 정치일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는 경우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술레이만 부통령이나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 등 현재의 군 고위인사가 권력의 중심으로 떠오를 경우 이집트의 친미 성향과 중동에서의 역할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보다 반(反)무바라크ㆍ반미 성향이 강한 군부 관계자들이 권력을 잡는다면 이집트는 국제사회에서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될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반정부 시위가 겉잡을 수 없이 격화하면서 발생하는 권력 공백을 틈타 무슬림 형제단과 같은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가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번 이집트 사태는 지난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이슬람 혁명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중동 지역에 '쇼크'를 몰고 올 수 있다. 이집트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집트에서 급진 이슬람 정권이 집권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이 전했다. 실제로 이집트 최대 야권 조직인 '무슬림 형제단'은 무라바크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현재 의석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이집트 국민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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