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거듭할수록 대ㆍ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문화가 서서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을'인 중소업계의 체감도는 낮다는 지적이다. 이런 면에서 대기업의 협력사인 수탁기업들의 활성화는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동반성장 정착과 확산을 위해 수탁기업협의회 현황과 정책지원, 모범 사례, 특히 2ㆍ3차 협력사간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최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 흥미로운 자료를 내놓았다. 매출액 상위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보니 수탁기업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 수가 66개로 작년보다 9개나 늘었다는 것이다. 또 수탁기업협의회 수도 79개로 11개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대기업 수는 57개로 전년도에 비해 변함없고, 협의회 수는 64개에서 68개로 고작 4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여기에 협의회는 아니지만 협력사와 정기적인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 수가 16개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대기업이 협력사와 포괄적인 수탁기업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수탁기업은 말 그대로 대기업들의 위탁받은 물품 등을 제조하는 협력사를 일컫는다. 통상 1차 협력사를 지칭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들 수탁기업들의 공식적인 모임인 수탁기업협의회는 대기업과 대등한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기술정보의 교환 및 공동기술개발 등을 촉진하기 위해 구성한 협의체다.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갑과 을의 종속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변화시키기 위한 핵심이다. 지난 1980년 기아자동차가 국내 최초로 구성했으며, 이듬해 삼성전자가 일본 마쓰시다의 협영회를 본따 협성회를 구성하면서 수탁기업협의회 설립이 본격화됐다. 현대, LG, 두산, 포스코 등 굵직한 대기업들도 계열사별로 협의회를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동반성장의 첫 걸음이라 할 만한 수탁기업협의회는 그 동안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수적으로도 부족했고, 운영활동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수탁기업협의회를 운영한 대기업수가 2007년 45개에서 2010년 57개로, 최근 3년 동안 증가한 기업 수가 12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올 들어 괄목할만한 수탁기업협의회 증가세는 그간 정체돼있던 대ㆍ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이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즉 올 들어 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수수료 폭리 등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으면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에 상당 부분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실제 요새 대기업들은 과거처럼 매출 증대를 자랑하기 보다 협력사와의 모범적인 동반성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바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울러 정운찬 위원장이 이끄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출범과 활동도 이런 변혁을 이끌어 낸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대ㆍ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은 양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 단순한 금전 지원이나 정보 제공에서 벗어나 요새는 공정거래 프로그램, 컨설팅, 신제품 개발 지원, 인재육성 등 다양한 형태로 대ㆍ중기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탑금속이 대표적인 경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여러가지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데 그 중에서도 2009년 도입한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통해 협력사와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두산은 이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과 경쟁력을 강화했고, 협력사는 수금문제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주 협력사인 탑금속 관계자는 "CP를 통해 결재대금일정을 제대로 지켜주고, 협력업체에서도 일정부분을 할인하는 등의 혜택을 주면서 나름대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됐다"며 "자연스럽게 회사도 안정되고 우수직원도 늘면서 품질향상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기와 대표협력사인 대주전자재료도 상생협력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대표적인 상생 프로그램은 2005년 도입한 '윈윈 플라자'다. 신제품개발, 품질, 가격,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회사와의 공동연구 POST를 삼성전기 본사인 경기 수원사업장에 설치한 특별공간이다. 신속한 기획 단계부터 생상성 향상을 협력사와 함께 추진하는 개발협업의 베이스캠프인 셈이다. 대주전자재료측은 "협력업체 입장에선 대기업의 기술문호 개방과 교류가 무척 중요한데 이렇게 개방한 기업은 삼성전기가 유일하다"며 "윈윈플라자 프로젝트를 통해 신제품개발과 매출증대라는 결실을 이루게 됐다"고 전했다. ▦용어설명 수탁기업:대기업으로부터 위탁받은 물품 등을 제조하는 협력사 공동기획: 중소기업청 ,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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