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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선광컨테이너터미널(SICT) 진입로. 평소 1,200~1,300대의 화물차로 북적이던 곳이지만 컨테이너 반출작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오가는 차량은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다만 개항 100주년 기념탑 앞 대로변에서 100여대의 화물차량이 2개 차로를 점거한 채 ‘경유가 인하,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을 뿐이었다. 화물연대가 전면 파업에 들어간 13일, 전국 주요 항만과 컨테이너기지는 파업 첫날부터 화물 운송이 중단된 채 국내 물류대동맥이 마비되는 비상사태를 맞았다. 항만들은 긴급차량을 투입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컨테이너 물량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부산항 ‘화물 포화상태’=오전9시 감만부두에서 신선대부두로 이어지는 도로가에는 파업 참여 화물차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을 뿐 통행 차량은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파업 여파로 부산항의 장치율은 이미 80%를 훌쩍 뛰어넘었으며 컨테이너전용부두의 경우 90%까지 이르는 등 사실상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특히 부산항은 컨테이너 화물의 75.6%를 차지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기업들에 직격탄을 안겨줄 것으로 우려된다. 하루 1,000TEU의 화물을 운송하는 울산항의 경우 그나마 장치율이 55% 정도로 낮아 다소 여유를 보이고 있다. 강성우 화물연대 부산지부장은 “대한민국의 물류는 죽었다”며 “개인 차주가 97%의 물류를 떠맡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나 화주, 어느 누구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항 측은 군 컨테이너 및 자가용 화물차를 투입하고 연안 컨테이너선을 편성하는 등 비상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인천항 ‘파업 참여율 90%’=홍콩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 물동량이 많은 선광터미널과 인천터미널(ICT)은 전체 화물차량(2,400여대) 가운데 90%인 2,198대가 파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항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다만 내항 등 기타 부두 화물은 일단 60~70%의 반출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선종광 ICT 운영팀장은 “당초 13일 하루에만도 컨테이너 물량 800TEU가 반출될 예정이었지만 파업사태로 200여개도 나가기 힘들 것 같다”면서 “오는 24일까지 반출이 안될 경우 11만5,500㎡(3만5,000평)의 컨테이너야적장에 쌓아둘 공간이 없어 물류 대란이 불가피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터미널 측은 24시간 반출작업에 나서고 95대의 야드 트랙터까지 동원하는 등 비상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파업차량이 워낙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해양청은 현재 상태라면 보름도 버티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광양항 ‘반출입 전면 중단’=광양컨테이너부두는 평일 5,100TEU의 물량이 반출입됐으나 파업이 시작된 지난 12일 969TEU로 줄어든 데 이어 이날에도 평시 물동량의 12%인 702TEU에 머무르고 있다. 여수항만청 비상대책위는 “화물연대 파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파업 첫날보다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일부 조합원의 운송방해 활동으로 항만운영이 마비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조합원 160여명은 광양항 월드마린센터 앞 광양항과 여수ㆍ광양 국가산단, 율촌산업단지 등 9곳에 천막을 치고 부두와 철도 역을 연결하는 야드 트랙터 운행까지 막고 나서 철도 운송마저 꽉 막힌 상태다. 광양항역의 한 관계자는 “평상시 180TEU의 반출입이 있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평택항 ‘닷새째 마비’=전국적으로 가장 먼저 파업에 들어갔던 평택항은 파업 5일째를 맞아 이날 오전 경찰이 투입돼 일단 출입문 봉쇄를 풀긴 했지만 차량을 미처 구하지 못해 화물 운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컨테이너 차량을 구하지 못한 일부 화주들은 회사 트럭 10여대를 이용해 컨테이너에서 화물을 빼내 인근 보관창고로 옮기는 광경도 목격됐다. 당국은 화주들의 자가용 화물차량에 대해 임시영업허가증을 발급하는 등 고육책까지 동원했다. 이밖에 서울과 수도권 물류 중심인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는 이날 출하된 컨테이너가 70TEU에 그쳤으며 군에서 파견된 40대의 수송차량이 오후 늦게부터 대체운행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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