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고인돌]"좋은 작품 많이 보고 오래보는 게 안목 넓히는 왕도"

윤철규 대표의 '흐름을 알면 저절로 보이는 조선시대 미술'<br>구로도서관서 10월 12일까지 매주 월요일 열려

윤철규(사진) 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가 14일 구로도서관에서 열린 시민들을 위한 미술강좌에서 조선 전기와 후기의 화풍을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우리 그림에 안목을 키우려면 이론을 익힌 후 좋은 작품을 많이 보되 한 작품을 오래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공부에 왕도가 없듯이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도 많이 보고 오래보면 어느 순간부터 그림을 이해하게 되고 또 잘 보게 됩니다.”

지난 14일 구로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 강좌 ‘흐름을 알면 저절로 보이는 조선시대 미술’을 맡은 윤철규(사진) 한국미술정보개 발원 대표는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동양화 감상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총 5회 중 두 번째 강의인 이날 주제는 ‘임진왜란은 조선미술의 터닝포인트’. 윤 대표는 조선시대 미술은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화풍이 크게 바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선전기의 대표작인 안견의 ‘몽유도원도’에 대한 설명으로 강의를 이어나갔다. “조선 전기에는 고려의 전통이 그대로 내려온 시기이며, 중국은 송나라에서 원나라에 이르는 시대로 문인화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던 시기였어요. 산을 크게 그리던 이곽파 화풍과 먹을 짙게 쓰던 절파 화풍 등이 대표적인 산수화의 화풍으로 조선시대 작품에 크게 영향을 전하게 됩니다.”

그가 몽유도원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조선 전기 이전에는 불화 등 종교화가 대부분이고, 산수화 등이 남아있지만, 작자미상의 작품이 많아 그림의 계보를 따져나갈 수 있는 작품이 드물기 때문이다. 몽유도원도는 그린 시기는 물론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한중일을 통틀어 당대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안견은 생몰연도가 명확하지 않지만 세종 무렵 활약했던 화가로 안평대군의 든든한 후원을 받았죠. 안견은 안평대군이 수집했던 200여점의 작품을 보면서 중국의 화풍을 섭렸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특히 그는 당시 중국의 화풍을 모방하면서도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확보한 천재 작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몽유도원도는 웅장한 산을 그대로 그리는 중국 곽희의 화풍을 모방하면서도 좌우에는 꿈속 장면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색이 바래 구분하기 어렵지만 도화원에 복숭아가 채색되어 있다거나 산이 한 방향이 아니라 좌우상하 방향으로 그려져 있는 독특한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몽유도원도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에 수강생들은 귀를 쫑긋한 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해 나갔다.

이어 윤 대표는 그림의 재질, 크기, 작품명 등이 어떻게 표기되어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림의 재질이 비단인 경우엔 견본, 종이는 지본, 채색이 되어있으면 담채, 먹으로 그린 건 수묵 등으로 적어 놓습니다. 작가를 정확히 알 수 없을 경우에는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누구의 그림이라고 전해 내려온다는 의미로 이름 앞에 ‘전(傳)’이라는 글자가 붙어요. ‘전(傳) 안견’이라고 하면 안견의 그림으로 알려져 있는 작품이라는 의미입니다.”



임진왜란 이후부터 그림에 낙관과 저자의 이름, 관련된 싯구 등을 본격적으로 적어넣기 시작해 조선 전기 작품에는 ‘전(傳)’ 혹은 작자미상의 작품이 적지 않다.

조선 전기의 또 다른 대표 작가로 그는 강희안을 꼽았다. 안견이 산을 크게 그리는 이곽파 화풍이라면 강희안은 자연의 일부를 묘사하고 인물을 크게 그리면서 바위에 먹을 짙게 쓰는 절파화풍으로 구분된다.

그는 “작품이 한번 전시가 되면 1~2년 간은 수장고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게 일반적인 박물관의 작품 관리법”이라면서 “좋은 작품이 전시되면 꼭 보러 가서 오래 보면서 이론적으로 배운 것을 확인하는 게 바로 안목을 키우는 왕도”라고 조언했다.

강의에 참석한 50대 부부는 “우리 그림을 제대로 보는 법을 배우고 싶었는데 마침 집 근처 도서관에서 강의가 열려서 매주 참석하고 있다”면서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먹이요 정도 밖에 알 수 없어 동양화 감상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중국의 영향을 받은 흔적을 시대별로 따라가니 그림마다 담겨있는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다”며 활짝 웃었다. 강의는 10월12일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구로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린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