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송현칼럼] '금융허브 한국' 가능하다

지하자원도 부족하고 국토가 좁은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맞서 선진국 대열에 들자면 아무래도 제조업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자ㆍ조선ㆍ자동차 등 2차 산업으로 겨우 중진국 수준까지는 도달했으나 앞으로는 서비스 산업을 위시한 3차 산업 육성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그중에도 특히 홍콩ㆍ싱가포르ㆍ스위스ㆍ두바이처럼 한국도 금융업 특히 국제금융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네 나라에서 보듯 국제금융센터는 단순히 국제금융기관들의 집결지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우수한 국제금융인들이 모이는 곳에는 양질의 여타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기 마련이다. 국제금융센터에는 국제법률 및 회계 전문가들이 모여들고 세계 주요도시들을 연결하는 항공망이 따라 들고 여러 다국적 회사들의 지역본부들이 들어선다. 세계 최고급 호텔들이 세워지고 국제관광명소가 조성되며 국제 수준급의 오페라와 음악전당들이 들어서는 문화도시가 돼간다. 바꿔 말하자면 국제금융센터가 되면 어느새 최고 선진국 도시가 돼버린다는 사실이다. 과연 우리나라에도 국제금융센터가 들어설 수 있을까. 지난 5년간 참여정부에서 요란하게 떠들기만 했던 국제금융허브의 꿈은 정말 허황된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국제금융센터의 정의부터 집고 넘어가야 한다. 국제금융센터는 런던ㆍ뉴욕 등 최선진국의 전세계적 금융센터뿐만 아니라 싱가포르ㆍ홍콩ㆍ두바이 등 지역중심의 국제금융센터도 있고 스위스ㆍ취리히ㆍ룩셈부르크ㆍ리히텐슈타인 같은 프라이빗뱅킹(PB)중심의 국제금융센터도 있으며 바하마, 케이맨 제도, 파나마와 같은 조세회피처(offshore tax shelter) 위주의 국제금융센터도 있다. 우리나라의 위상과 지리상의 입지로 봐서 한국이 지향하는 국제금융센터는 홍콩ㆍ싱가포르ㆍ두바이 등과 같은 지역중심 국제금융센터가 가장 적합하다. 한국에도 과연 이러한 국제금융센터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있겠으나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필자가 지난 1960년대 후반부터 지난 40년간 국제금융을 공부하고 가르쳐오면서 내린 결론은 국제금융센터 설립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강력한 정부의 의지에 있다는 것이다. 신생 후진국들 중 제일 먼저 국제금융센터의 중요성을 터득하고 과감한 정부 정책으로 추진한 나라는 싱가포르다. 주로 기독교를 믿는 중국교포들이 밀집해 살던 싱가포르는 1965년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로부터 독??했으나 14%의 실업률로 경제난이 극심했다. 설상가상으로 3년 후인 1968년에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기여하던 영국 군사기지 철수방침을 영국 정부가 발표하자 후진국인 싱가포르 경제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큰 위기를 맞았다. 바로 그때 싱가포르 주재 한 미국은행 지점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싱가포르를 국제금융센터로 만들기로 정부 방침을 정했다. 싱가포르의 국부인 리콴유 초대 수상의 자서전에 따르면 이러한 정부 결정은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비웃음 대상이였고 싱가포르 정부 안에서까지도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뾰쪽한 수가 없던 싱가포르는 1968년 해외투자가나 예금자들에게 부과했던 25% 원천징수세를 과감히 면제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미국은행 지점장의 예언대로 당시 베트남전의 특수로 미군과 미국 정부가 동남아시아에 뿌리던 달러를 벌어드린 화교 상인들과 회사들이 스위스나 런던 유로달러 시장에 예금해오던 달러들을 싱가포르 소재 은행들에 예금하기 시작했다. 달러가 모아지니 싱가포르 은행들은 대출이 늘릴 수 있었고 이것은 신규 투자로 이어져 실업률이 차츰 줄어들었다. 동시에 화끈한 정부규제 철폐로 해외투자도 늘어나 오늘날의 선진 싱가포르 기초가 됐다.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1975년에 중요 산유국이 아니라서 가난하던 아랍 토후국 국왕의 과감한 세율 인하화 규제 철폐로 중동의 첫 국제금융센터를 설립했던 바레인이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40도를 넘는 더위와 며칠씩 계속되는 살인적인 모래먼지에 시달리던 두바이가 오늘날 새로운 국제금융센터로 개발된 것도 다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역경을 극복한 정부의 과감한 추진력에 비롯됐다. 1960년대 말의 싱가포르, 1970년대 중반의 바레인, 1980년대의 두바이에 비하면 2008년의 한국의 제반환경은 국제금융센터를 설립 할 수 있는 여건들이 훨씬 앞서 있다. 문제는 새로 시작한 이명박 정부가 과연 그에 걸맞은 선견지명과 추진력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윤식 (조지워싱턴 대학교 교수,국제금융학)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