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펀드(정식명칭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가 지난달 23일 대한화섬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한 지 한달이 됐다. 이 기간 증시는 제2의 대한화섬 찾기에 혈안이 되면서 이와 유사한 중소형 자산주 및 인수합병(M&A) 관련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다. 경기둔화 우려감 등으로 1,300~1,380선에 갇힌 지루한 장세도 개별 종목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중소형주의 약진에 한몫을 했다. 22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장하성펀드의 등장 이후 한달간 유가증권시장의 소형주는 무려 8.99% 상승하면서 대형주 상승률 0.16%를 압도했다. 중형주도 6.27% 올랐다. 유가증권시장 내 상승률 상위 종목을 살펴봐도 상위 20개가 모두 중소형주다.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것은 장하성펀드의 공격 대상인 대한화섬. 대한화섬은 장하성펀드의 지분취득 공시 직후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5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지난 20일에는 23만원을 기록하면서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장하성펀드 매입발표 이전에 6만5,400원이었던 주가는 22일 18만500원으로 마감, 176%의 상승률을 보였다. 대한화섬이 속한 태광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도 장하성펀드의 후광에 힘입어 한달간 78.6% 올랐다. 대한화섬과 마찬가지로 20일 86만2,000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샘표식품은 20일 우리투자증권이 운영하는 사모투자펀드(PEF)인 ‘마르스제1호PEF 전문회사’가 지분 24.1%를 인수했다고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20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최근 한달간 상승률은 116.7%에 달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거나 M&A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도 장하성펀드와 유사한 펀드들의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상승세를 탔다. 우회상장 예상 종목으로 거론돼 온 상림이 최근 한달간 121.9% 급등했고 외국인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SH케미칼도 53% 상승했다. 앞으로도 경기 둔화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기 전까지는 각종 경기지표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은 경기에 민감한 대형주보다는 자산주 등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대한화섬에 이어 장하성펀드의 제2, 제3의 투자대상이 발표될 경우 중소형주의 강세에 더욱 불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장하성펀드의 등장은 ‘펀드 자본주의’에 대한 논란에도 불을 지폈다. 펀드가 금융시장은 물론 기업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권력기구로 인식되면서 기업투명성 제고에 일익을 담당할 것이란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론 지나친 기업경영 개입 폐해에 대한 우려감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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