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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승 회장 “40년을 함께 한 SK의 모든 과는 내가…“
입력2003-05-09 00:00:00
수정
2003.05.09 00:00:00
손철 기자
“40년을 함께 한 SK의 공과(功過) 중 모든 과는 제가 지겠습니다. 아직 젊은 최태원 회장과 임원들은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선처해주십시오.”
9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SK 결심공판에서 손길승 SK그룹 회장의 최후 진술이 재판부와 검찰ㆍ변호인을 숙연하게 했다. 몇몇 방청객은 눈시울을 적셨다.
손 회장은 “SK의 50년 역사 가운데 40년 동안 고락을 같이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로 인한 사회적 물의와 파장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손 회장은 이번 사건 책임을 놓고 검찰소환 직전 최 회장과 단 둘이 나눈 대화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내가 오랫동안 그룹에 있었고 나이도 60이 넘었으니 책임을 지겠다고 최 회장에게 말했으나 최 회장이 사회가 나를 원하고 있고 젊기 때문에 고생도 잘 견딜 수 있으니 회장님은 회사 정상화에 노력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의를 입은 최 회장을 볼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었다”면서 “이제는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으니 최 회장과 젊은 임원들에게는 기회를 달라”고 덧붙였다.
방청석 둘째 줄에 나란히 앉아 손을 맞잡고 있던 손 회장의 부인 박연신 여사와 최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는 이 순간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떨궜다. 공판이 끝난 후 최 회장은 손 회장의 두 손을 잡으며 가슴에 살짝 고개를 파묻기도 했다.
공판을 지켜본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이면서도 SK와 최 회장을 좋은 회사, 좋은 경영자가 되도록 하겠다는 선대 회장과의 약속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려는 손 회장이 안쓰럽다”고 안타까워 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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