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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 재계에서 유독 눈길을 끈 외국인들이 있다. 마이클 우드포드 전 올림푸스 최고경영자(CEO)와 소니의 하워드 스트링어 CEO, 그리고 카를로스 곤 닛산 CEO다.
영입 당시 공통적으로 일본 경제계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일본 땅을 밟았던 이들의 운명은 그러나 지난해 너무나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드포드 올림푸스 CEO는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겪었다. 지난해 10월 그에게는 회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해고 통보가 날아들었다. '기업문화 부적응'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실상은 전진 경영진의 부당거래를 조사하다가 '내부 고발자'로 낙인 찍힌 것이 원인이었다. 최초의 외국인 CEO로 화려하게 올림푸스에 입성했던 그는 현재 일자리를 잃은 채 회사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니의 스트링어 CEO도 바늘방석에 앉아 있다. 소니가 야심 차게 모신 첫 외국인 CEO인 그는 회장 겸 사장 겸 CEO라는 버거운 직함을 떠안은 대가로 소니의 경영난이라는 버거운 책임도 혼자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판이다. 회사 측은 아직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일본 안팎의 언론들은 문책성 사장 교체설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올 3월 말로 끝나는 회계연도에서 소니는 약 900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4년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닛산의 곤 CEO은 지난 한 해가 어깨에 힘이 줄 수 있었던 해였을 것이다. 대지진과 태국 홍수, 엔고 등 일본 기업들을 덮친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닛산차는 일본 기업, 특히 자동차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나쁘지 않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 1999년에 일본 땅을 밟은 이래 10여년 동안 닛산에 몸담고 있는 곤 CEO는 어느 일본인 CEO 못지않게 일본인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이 세 CEO의 엇갈린 운명은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드포드 전 CEO는 일본 특유의 배타성과 '내부인'에 대한 지나친 관대함의 희생양이 됐다. 스트링어 회장은 서구 선진국에 대해 과도한 찬사와 기대를 퍼붓는 일본 사회의 또 다른 단면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 사회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에 보수적인 일본인들도 추진력 있는 리더가 글로벌화를 위해 능력을 발휘한다면 리더가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실패한 두 사례가 아니라 일본에 출현하게 될 제2, 제3의 곤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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