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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방화범과 성냥팔이 소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두 발로 서서 걷고 불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너무도 분명해서 진부해 보이기까지 한 명제다. 특히 불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불이 사용될 즈음 아니 그 이전부터 춤을 춘다거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도 함께 존재해왔다. 이는 인간의 삶은 신체적인, 정서적인 삶이 균형을 이뤄야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불’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고 베풀었으며 삶을 변화시켰지만 한편으로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앗아가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녔다.

화마(火魔)로 분장한 불은 모든 것을 태워버리지만 아궁이의 불은 우리 아랫목을 따뜻하게 데워줄 뿐 아니라 가족들이 도란도란 나눌 수 있는 저녁밥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불이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냐 하는 것은 철저하고도 분명하게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불로 인해 화재가 나고 인명피해가 났다고 해서 불을 없애거나 ‘불’을 처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고 불을 냈거나 지른 방화범을 잡아 엄중하게 죄를 물어야 될 일이다. 그런데 세상에 화재가 나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불을 없애거나 처벌하겠다고 나선다면… . 글쎄. 게다가 불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성냥판매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한다면 하루하루 성냥을 팔아 연명해야 하는 성냥팔이 소녀들의 생계는 어찌될까. 어떤 이들은 성냥에 세금을 부과하는데 왜 성냥팔이와 성냥공장 주인들이 난리냐고 하지만 성냥에 고율의 세금이 붙으면 성냥판매가 당연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990년부터 지금까지 약 20여년 동안 미술동네를 괴롭혀온 ‘미술품 양도소득세’도 마찬가지이다. 국회에서 2003년 폐기됐던 사안이 다시 2008년 강시처럼 살아나 2년씩 2번째 유예된 후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술품이나 문화재는 민족의 미감과 시대정신 그리고 동시대 사람들의 가치와 역사가 함축된 상징이자 기호다. 따라서 이러한 미술품과 문화재를 가지고 공금을 횡령하는 수단이나 뇌물, 또는 증여나 상속세를 포탈할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불법이며 범법행위다. 이런 행위를 하는 자들을 색출해서 엄벌에 처해야 하는 것이 정부당국의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노력보다는 손쉬운 미술품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방화범을 잡으라고 했더니 성냥팔이 소녀와 성냥을 만드는 가내수공업자들만 실업자로 내모는 정책을 정책이라고 내놓고 20년 이상 밀어붙이고 있다니. 정말 성냥공장과 성냥팔이들이 자취를 감추게 되면 자신들은 무엇으로 불을 붙이고 밥을 지어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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