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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1월 27일] '보험 사각지대' 다중 이용시설

부산 국제시장에서 또 불이 났다. 이번 국제시장 내 실탄사격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특징은 다수의 인명피해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대다수의 인명피해가 일본관광객이라는 점에서 경악을 금하지 못하고 이번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은 사회전반에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008년 사회통계조사결과에 의하면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안전도에 매우 낮은 점수를 주고 있고 재난 위험도는 날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산업화되고 도시로의 집중화가 이뤄질수록 다중이용시설물이 늘어나고 대형화ㆍ고층화ㆍ밀집화 현상이 심화되고 그 결과 사고의 위험은 배가된다. 밀집화로 사고 위험 더욱 커져 국제시장에 입점해 있는 상인들은 자신들이 위험한 환경 속에서 장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불이 난 사격장의 소유자도 화재로 자기건물 및 집기 등이 소실됐을 경우 보상 받을 수 있는 자기재물보험에 5억원이 넘게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재물 피해에 대한 보상대책은 마련하면서 남에 대한 배려는 전혀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가 막힐 일이다. 건물소유자는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실화법)이 2007년 8월30일자로 헌법불합치 및 법 적용중지 결정이 났다는 사실을 아예 도외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화재발생의 원인이 실화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따른 경우가 아니라면 화재를 내도 다른 사람에 대한 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법조항이 지나치게 가해자 보호에 치우쳐 오히려 화재 피해자의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견지에서 위헌판결이 내려졌고 올 5월8일자로 실화법이 전면 개정ㆍ시행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화재를 유발한 자는 과실의 경중과 무관하게 다른 사람의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사건에서도 개정된 실화법에 따라 건물소유자에게 종국적인 책임이 있을 것으로 보여지지만 조속한 사후처리를 위해 결국 국가가 국민의 혈세로 최종 책임지는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인적재난사고에서 발생한 배상책임 손해에 대해 '사고원인자 책임부담의 원칙'을 저버리고 정부가 보상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과거 삼풍백화점ㆍ성수대교사고 때나, 10여년도 더 지난 지금이나 합리적인 배상체계 없이 임시방편적으로 국민의 성금과 세금에만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연각호텔사고가 계기가 돼 제정된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도 대규모 점포 등과 같은 상당한 배상자력을 가지고 있는 특수건물에만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중소 규모 건물 등은 가입대상에서 제외돼 반쪽짜리 기능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수의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위한 안전점검 및 보험보호제도가 실상은 앞서 언급한 특수건물에 포함돼 있지 않은 중소 규모 건물 등에서 더욱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과거에 없었던 신규 다중이용시설들에 대해서도 관련 법이 변화된 현실을 따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안전관리 및 보험가입에 관한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 국가는 더 이상 법률개정을 미루지 말고 이번에야말로 용단을 내려야 한다. 보험가입시 소유자가 본인의 건물 등 재산보호를 위해 가입하는 보험에 비해 남을 배려하기 위해 가입하는 배상책임보험에 들어가는 비용은 매우 작다. 적어도 남에 대한 배려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실화책임법의 헌법불합치 및 법 적용중지 결정의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 있는 시행을 위해서라도 원인을 제공한 재난 유발자에게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 대형 인적재난사고 가해자들이 대부분 배상자력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효과적인 '사고원인자 책임부담의 원칙'의 이행을 위해서는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보험을 적절한 대상과 범위를 정해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해 민간 보험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제3자 책임보혐 가입 유도해야 우리나라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후 그동안 사회 각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과 성과를 이뤄왔다. 이제는 높아진 국가위상에 걸맞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회안전망 역시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이번 국제시장 화재사건이 국민 개개인의 안전의식을 높여 각종 위험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강화될 수 있도록 민관이 지혜를 모아 미래지향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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