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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팔방이민 vs 한우물 파기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송현칼럼] 팔방이민 vs 한우물 파기 유희열 유희열 여러 방면에 걸쳐 다재다능한 사람을 가리켜 팔방미인(八方美人)이라고 부른다. 어찌 보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주목은 받을지언정 실속은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시대에는 팔방미인보다는 한 우물만 파온 전문가가 대접받기 때문이다. 학위나 자격증 등 학문적인 영역에서는 물론 예전에 ‘장이’라고 천대받던 분야나 예체능 분야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한 우물을 파온 전문성이 대접받는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팔방미인이나 만물박사가 인기를 끌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분명 아니다.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이 요구되고 전문가가 대접 받는 시대다. 개인적인 전문성뿐만 아니라 집단이나 조직의 전문성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바로 오늘이다. 필자가 종사하는 과학기술 분야는 일찍부터 이러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또 존중돼온 분야다. 과학기술하면 떠오르는 박사라는 호칭은 한 분야에서 폭 넓고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전문성을 보증하는 의미로 쓰이고 연구소라 하면 이런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누구나가 인식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역점을 둬 추진하고 있는 국가기술혁신체계(NIS)구축을 통한 과학기술중심사회의 실현이라는 명제 또한 바로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심화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학기술부를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시키고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중심으로 국가과학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진행 중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전문성을 심화시키고 국가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앞다퉈 지방과학기술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역혁신체계(RIS)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데 더해 각 지자체별로 테크노파크, 자체적인 성장동력사업 발굴ㆍ육성 등의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국가 과학기술 발전은 물론 지방화시대에 걸맞은 균형발전의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최근 경기도는 자체적인 차세성장동력사업 평가를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의뢰해 왔다. 또한 경상북도도 연구개발(R&D)기획업무를 위탁해왔다. 지금까지 지자체의 R&D 기획이나 평가는 자체적으로 자문위원이나 평가위원들을 구성ㆍ시행해왔다. 그러나 점점 규모가 커져가고 전문화돼가는 지자체 R&D사업에 있어서도 당연히 전문적인 기획이나 평가가 필요해졌다. 경기도와 경상북도가 이러한 R&D사업의 전문기관 기획평가시대를 연 것이라는 데 분명 큰 의미가 있다.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전문집단의 영역을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참여정부 정책의 큰 축의 하나인 지방화사업도 지자체의 기술혁신역량이 제고될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도와 경상북도와 같은 사례가 타 자치단체에도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경우는 스포츠나 예체능 분야에서만 스타가 탄생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경우다. 우수한 연구성과를 낸 전문성에 대해 국가와 국민은 물론 전세계가 인정을 해줬다는 점에서 기쁘기 그지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과학기술 혁신의지와 국민적인 관심, 그리고 과학기술인 스스로의 노력 등 3박자가 갖춰지고 있으니 제2, 제3의 황우석 교수와 같은 스타 과학자가 속속 배출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우리 과학기술계에는 유난히 한 우물을 파온 분들이 많다. 20년ㆍ30년 아니 평생을 연구실에서 한 분야의 연구에만 노력해오신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헌신이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문성이 존중받는 시대를 맞이했다. 만물박사나 팔방미인이 부럽지 않을 자부심과 명예로 살아가는 수많은 전문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입력시간 : 2004-11-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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