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세론 소멸…양강 경쟁 거세질 듯
민주통합당의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TK) 대의원대회에서 24일 김한길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울산과 광주∙전남에 이어 TK에서도 김 후보가 승리해 이해찬 후보의 대세론은 사실상 소멸했다. 이 후보의 지지도가 높은 충청권 대의원 투표가 남아 있어 민주당의 당권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대의원 대회에서 1인 2표 방식으로 실시된 당대표∙최고위원 투표 결과 691명이 참여해 김 후보가 280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200표를 얻는 데 그쳐 대구가 고향인 추미애 후보(212표)에도 뒤지며 3위에 머물렀다. 4위는 조정식(189표), 5위는 우상호(158), 6위는 강기정(115표), 7위는 이종걸(98표), 8위는 문용식(76표) 후보 순이었다. 이로써 김 후보는 전체 득표 수에서도 1,024표로 올라서며 이 후보(972표)를 따돌리며 선두를 탈환했다.
이 후보가 종전 투표 지역보다 중립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대구ㆍ경북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둬 경선 초반 대두됐던 '이해찬 대세론'은 완전히 꺾이게 됐다. 반면 김 후보는 첫 경선지인 울산에서 압승하며 이변을 연출한 데 이어 광주ㆍ전남, 대구ㆍ경북에서도 이 후보를 앞서면서 향후 선거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김 후보의 약진은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으면서 표심으로 연결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 후보는 경선 후 “당심이 (이∙박연대에 대한 비판적)민심을 잘 수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의 근거지인 세종시를 포함한 대전ㆍ충남의 26일 경선에서 이 후보가 얼마나 표를 얻느냐가 향후 경선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득표에선 김한길, 이해찬 후보에 이어 광주ㆍ전남에서 1위를 했던 강기정 후보가 788표로 3위를 유지했으며 4위 추미애(683표), 5위 우상호(481표), 6위 조정식(423표), 7위 이종걸(373표), 8위 문용식(160표) 후보 순이었다. 이날까지 개표 결과 판세는 김한길∙이해찬 후보의 양강 구도 속에 강기정, 추미애, 우상호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은 대구ㆍ경북에 이어 25일 대전ㆍ충남, 26일 경남, 27일 제주 등 전국 시도당을 순회하며 대의원 현장투표(30% 반영)를 진행한다. 이어 다음달 5~6일 실시되는 일반 시민과 당원 대상 모바일 현장투표(70% 반영)를 합산해 6ㆍ9 임시전대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대구가 고향인
특히 울산 경선에서 1위를 기록한 김 후보가 437표를 얻으며 2위에 올라 371표를 얻는 데 그친 이 후보를 광주∙전남에서도 꺾는 이변을 또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김∙이 후보간 득표 차가 크지 않아 이 후보가 전체 1위를 유지하며 재역전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김 후보가 민주당의 본산인 광주∙전남에서 승리해 향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뿐 아니라 당원과 국민 참여 경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후보는 전체 득표에서 744표로 이 후보(772표)를 바짝 뒤쫓으며 박빙의 승부를 벌여 전대 흥행 몰이에도 기여하고 있다.
당내에선 김 후보가 울산에 이어 이날 이 후보를 누른데 대해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에 대한 당 안팎의 거센 비판 여론이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광주∙전남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의 영향력을 고려해 경선 결과를 따지면 이∙박 연대에 대한 역풍이 향후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받게 됐다. 김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을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살아오셨는데 지금 우린 당내 민주주의조차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이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고 이에 맞서 이 후보는 "국회의원 6번하고 총리까지 했는데 뭐가 아쉬워 담합을 하겠느냐" 며 "오로지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책무여서 나섰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경선에서 추미애 후보는 282표로 4위, 이종걸 후보는 127표로 5위, 우상호 후보는 111표로 6위, 조정식 후보는 103표로 7위, 문용식 후보는 37표로 8위를 차지했다. 울산과 부산 투표결과를 합치면 강 후보(673표)가 3위로 올라섰으며 4위는 추미애(471표), 5위 우상호(323표), 6위 이종걸(275표), 7위 조정식(234표), 8위 문용식(84표) 후보 순이다.
이∙김 후보간 팽팽한 양강 구도 속에 강기정, 우상호 등 40대 젊은 후보와 유일한 여성인 추미애 후보의 선전이 더해지며 지도부 선출을 위한 민주당 전대는 갈수록 흥미를 더하게 됐다. 민주당은 24일 대구∙경북, 25일 대전∙충남, 26일 경남 순으로 지역순회 경선을 이어갈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