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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부족아닌 '자금쏠림' 탓… 악순환 우려

■ 가계도 기업도 은행도 '돈가뭄' <br>나갈돈 많은데 돈줄 막혀 '보이지않는 쟁탈전' <br>기업 회사채 발행 늘고 가계 신용대출등 급증<br>은행, 예금은 줄고 CD발행·외화차입 힘들어져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데 금융권에서 자금을 도와주지 못할 상황에 대비,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한 대기업 자금담당 임원) “해외 기업설명회(IR)를 할 때 외국계 투자자들의 질문이 ‘자금사정이 어떤가, 건전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등이 대부분이다.”(은행 관계자) 기업ㆍ가계ㆍ은행 등 주요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현금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연말자금 수요와 불확실한 내년 상황을 감안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정작 돈 나올 곳은 자금쏠림과 신용경색으로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현금확보 비상=경제주체별로 사상 유례없는 현금쟁탈전이 진행 중이다. 우선 기업이 적극적이다. 특히 내부유보금이 많은 대기업들도 동참하며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은행대출은 지난 7월 6,462억원, 8월 8,316억원에서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 이후인 9월 1조8,153억원, 10월 1조2,387억원으로 급증했다. 중소기업 역시 9월 7조7,908억원, 10월 8조2,499억원 등 7~8월에 비해 두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기업의 또 다른 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 발행도 급증 추세다. 4일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1월 회사채 전체 발행규모는 3조7,714억원으로 전달보다 33.6% 증가했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확대되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현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은 9월부터 금융감독 당국의 지침에 따라 원화 현금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유동성 비율이 3월 115%에서 9월 말 104%까지 낮아지면서 100%선에 바싹 다가섰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예금은 줄고, 은행채ㆍCD 발행은 어려워지고, 외화자금 조달도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대출을 자제해 보유현금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산 유동화 시장을 통해 현금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가계도 정신없이 실탄을 챙겨넣고 있다. 3ㆍ4분기 중 예금은행 대출이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6조114억원 증가했고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도 상호금융 등 신용협동기구 대출 등에 힘입어 5조549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3ㆍ4분기 가계빚 잔액은 610조원에 달했다. ◇자금 악순환 꼬리에 꼬리를 문다=이처럼 경제주체들이 일시에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우선 연말자금 수요라는 계절적 요인이 크다. 기업들은 연말에 결제수요가 몰려 있는데다 보너스 지급 등 쓸 돈이 많다. 가계 역시 종합부동산세ㆍ재산세 등 세금 납부금이 만만치 않다. 은행 또한 최근 신BIS 실시를 앞두고 대손충당금 적립 등 자금수요가 크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위기 고조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 충격파와 자금시장으로의 급속한 자금쏠림 현상으로 인한 수급악화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탓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즉 은행권에서 예금이 주식시장으로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곳간이 텅 비게 되고 해외에서는 유동성 고갈로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로 CD 및 은행채 발행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던 것이다. 금리가 뛰고 내년도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지자 실탄이 넉넉한 기업들도 금리가 더 뛰기 전에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한편 예비 차원에서라도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 역시 금리상승으로 대출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를 마련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는 등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자금흐름 악순환은 시중 유동성이 부족해 생기는 게 아니라 급격한 쏠림에 의한 문제”라며 “해소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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