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메이커(pacemaker)'란 마라톤이나 자전거 경기, 수영 등의 스포츠에서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들거나 우승 후보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투입되는 선수를 말한다. 마라토너 황영조 선수도 처음에는 페이스 메이커였다고 한다. 영화 '페이스 메이커'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승리를 위해 달려줘야 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들을 조명한 이야기다.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뛰어온 한 마라토너가 42.195km 완주에 도전하고자 하는 욕망과 꿈을 그렸다. 연기파 배우인 김명민과 안성기, 충무로의 신예 고아라가 호흡을 맞췄다. 김명민은 이 영화에서 30km까지는 누구보다 잘 달리지만 그 이상은 달리지 못하는 페이스메이커 '주만호'로 등장한다. 안성기는 기록을 가장 중시하는 냉철한 성격의 국가대표팀 감독 '박성일', 고아라는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육상계의 요정 '유지원' 역을 맡았다. 김명민과 안성기는 이 영화로 스크린에서 처음 만났다.
마라토너 주만호를 소화하기 위해 김명민은 자문 코치와 함께 실제 마라토너들과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또 소년가장으로 동생을 혼자 키워온 불우한 환경과 고집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인 주만호를 표현하기 위해 인공치아를 착용하고 나온다. 운동복을 입고 트랙에 선 그의 얼굴이 더 말라보이는 까닭이다.
주만호는 마라톤 국가대표로 30km까지는 발군의 실력이지만 메달도, 영광도 바랄수 없는 처지다. 누군가의 승리를 위해 거기까지만 앞장서 달려주는 것이 그의 목표이자 임무다. 늘 유망주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번은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달리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사는 인물이다.
오는 7월 열리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빅벤 앞 광장, 타워 브릿지, 로이드 빌딩 등 런던 상공과 도로에서 찍은 런던의 전경이 매력적이다. 18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김명민과 고아라의 우정은 영화에 잔잔한 재미를 불어넣는다. 12세 이상 관람가.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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