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가격 통계는 지난해 중순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으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월세 부담은 늘어나는 등 통계와 현실이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현재 월세 통계의 표본이 적고 지역도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어 좀 더 실효성 있는 월세 통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월세 관련 통계는 공공과 민간을 통틀어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월세 가격동향조사가 유일하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월세가격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가격 통계와 달리 서민들이 체감하는 월세 가격은 상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는 가운데 일부 보증부 월세로 전환되는 가구는 새로운 월세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기존 보증부 월세 가구도 재계약시 전세 시세에 맞춰 월세가 상향된다는 게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현재 한국감정원 월세 가격 통계의 월세지수는 가상의 월세 금액인 '완전월세'를 통해 산정되는데 3,000개 표본주택에 대한 보증금·월세액·전세금 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이때 각 금액은 표본과 유사한 주택의 가격을 함께 참조해 구해지며 '월세+보증금×전월세전환율'의 산식을 통해 완전월세로 변환된다.
하지만 이처럼 완전월세를 계산할 때 '전월세전환율'이 착오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에서 전월세전환율은 월세를 전세금에서 월세보증금을 뺀 금액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최근 보증부 월세 물건이 많아지면서 전월세전환율 자체가 낮아지며 완전월세도 낮아지는 것으로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한 관계자는 "전월세전환율이 떨어지면 보증금과 월세 변동이 없더라도 월세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구조인 것은 맞다"며 "이러한 문제를 감안해 새로운 계산식이나 지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월세 통계가 나오는 지역이 한정돼 있고 표본이 적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월세 통계는 8개 광역시도에 대해서만 제공돼 나머지 지역은 소외되는 문제가 있다. 또 표본도 3,000여개에 불과하다. 예컨대 대구·대전·울산의 오피스텔 동향은 표본이 각각 30개에 불과해 한 지역의 월세 추이를 보여주기에는 표본이 크게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통계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표본도 매매·전세 통계와 통합 표본을 마련해 2만5,000여개로 늘리는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현실에서 사람들이 체감하는 것과 가까운 월세 통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꾸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보증부 월세는 보증금과 월세로 구성되기 때문에 하나의 지수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지수의 현실반영성을 높이고 확정일자 신고 자료를 활용해 전월세전환율을 계산하는 등 체감에 가까운 통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ed.co.k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