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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

근래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구구단을 외자」는 게임을 자주 본다. 두 사람이 『구구단을 외자』를 여러번 반복하다가 한 사람이 갑자기 『2 9』라는 문제를 내면 다른 사람이 즉시 답을 하는 게임이다.만약 미국의 젊은이와 이 게임을 하면 즉시 답을 맞추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2, 3학년 때 구구단을 무조건 줄줄 외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청소할 때 걸레질을 하면서도 구구단을 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우리는 조건반사적으로 구구단의 답을 즉시에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필자가 미국에서 생활할 때 우리집 애들의 학교생활을 관찰해보니 미국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구구단을 외우지는 않는다. 그 대신 미국학교는 논리적으로 구구단의 원칙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2 9=18을 무조건 외우게 하지 않고 2 10=20, 2 1=2, 고로 20-2=18이라는 조금은 복잡한 방법을 통해 2 9가 18이 되는 기본적인 원리를 학생들에게 교육시키고 있다. 한국에서 구구단을 암기한 학생이 미국으로 전학가면 그 학생은 그 반에서 수학에서만큼은 천재로 통하게 된다. 그러나 상급반으로 진학할수록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점차 수학성적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일류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중·고등학교 6년간에 걸쳐 엄청난 분량의 내용을 암기 위주로 공부한다. 모든 부문에서 결론을 기존의 진리로 먼저 인정하고 그 결론이 나게 된 기본적인 원칙을 이해하려고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암기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학에서도 학문연구나 진리탐구보다는 취직 및 고시합격을 위해 다시 한번 암기 위주의 공부를 하고 있다. 이러한 암기 위주의 교육형태 때문에 대학원 이후 기본원리의 이해를 요구하는 고도의 학문 및 기술분야에서 우리는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활력소가 돼야 하는 벤처기업이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이 꽃을 피울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서울대학교를 중심으로 대학원 교육을 중시하는 교육 개혁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교육의 장래를 밝게 하는 좋은 소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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