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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잉여, '웃픈' 청춘의 초상 대중문화 키워드로

소외된 젊은 세대 조명… 방송·영화·책 등 쏟아져


한음:오성아, 넌 취업 안 하냐?

오성:계속 하다가 안 되면 아버지 가업 물려받으려고.

한음:아버지 뭐 하시는데?

오성:집에서 놀아….

오성과 한음이라는 20대 청년 실업자 두 친구가 캐치볼을 하며 무기력하게 대화를 나눈다. 지난 5월 첫 방송을 탄 KBS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오성과 한음'의 한 대목이다. 하릴없는 나날을 보내는 청년백수 두 명의 자조 섞인 대화에 마냥 웃음만 지을 수는 없다. 오성과 한음은 비단 방송 프로그램 속 캐릭터만이 아니라 '나'의 모습이자 주변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웃픈(웃기고 슬픈)' 청춘의 자화상이기에 말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20∼30대 미혼남녀 4명 중 1명이 자신을 '잉여세대'로 지칭하는 시대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올 6월24일부터 3주에 걸쳐 서울거주 만 20세 이상 39세 이하 미혼 성인남녀 1,0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꼴인 26%는 자신을'현대사회에서 잉여세대로 불릴 만큼 생산성이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잉여'는 본디 '쓰고 난 나머지'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말로 쓸모 없이 떠도는 소외된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단어로 두루 활용되고 있다. 고된 삶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로 '88만원 세대'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 등 다양한 조어(造語)가 있다. 하지만 "'잉여세대'가 (이 말들보다) 양적·질적 측면을 넘어서 존재의 위치와 가치ㆍ본질을 심리적으로 훨씬 잘 표현하는 단어(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고달픈 잉여의 삶을 조명하는 대중문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잉여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잉투기' '잉여들의 히치하이킹')가 개봉됨은 물론 잉여세대의 담론을 사회학적으로 접근한 각종 출판물도 잇따르고 있다. 잉여세대 스스로가 직접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SK플래닛 T스토어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 '잉여도감'은 자신을 잉여로 칭하는 20세 대학생이 하릴없는 젊은이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 표현한 콘텐츠다. 지난해 창간된 독립잡지 '월간잉여' 역시 잉여들이 직면한 현실과 심경을 솔직하게 담아 호평을 받고 있다.

요람에서부터 태생적으로 충족될 수 없는 결핍을 안고 태어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도약할 수 없는 잉여, 필요 이상의 조건을 지녔지만 흘러 넘치는 열정을 쏟아 부을 곳이 충분치 않아 사회 편입이 어려운 잉여, 이들 모두는 청춘의 슬픈 초상화다. 대중문화가 이들 잉여세대를 조명함으로써 젊은 세대가 꿈을 품는 대신 자조와 방황에 익숙해진 이유를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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