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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민생활고로 실종된 설 특수
입력2008-02-04 17:10:18
수정
2008.02.04 17:10:18
민족의 명절인 설(7일)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거리나 시장에서 설 분위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재래시장이나 동네가게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설 경기가 실종됐다고 푸념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재래시장을 방문해 “서민경제가 잘돼야 재래시장도 잘되고 살맛 나는 세상이 된다”고 말했지만 얼어붙은 경기가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이처럼 설 경기가 바닥을 헤매는 것은 물가상승과 개선되지 않은 체감실업률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9%나 치솟았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지난해 말 5%에 육박했고 체감실업률은 6.5%로 고용여건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생활경제고통지수가 지난해 12월 11%로 급등한 것이 이 같은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렇다고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한국은행의 안정목표를 2개월째 돌파한 물가는 국제유가와 곡물 및 원자재 값 상승으로 불안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2개월 연속된 무역적자에다 정권교체기까지 겹치는 등 경제환경도 나빠졌다. 관리를 잘못하면 경기침체 속에 물가만 뜀박질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심각한 실정인데도 정치권의 관심은 4월 총선에만 쏠려 있다.
이 당선인이 “수출입 동향과 소비자물가를 면밀히 점검하고 현정부와 협력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한 것도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것을 뜻한다. 현정부와 새 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다가는 서민생활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참여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중년 및 고령층의 빈부격차가 사상 최대로 확대되고 65세 이상 고령자층의 40%가 빈곤에 시달리는 등 서민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인천공항이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으로 붐빈다고 경기를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는 일부 부유층의 일일 뿐이다. 아무리 물가상승이 외부 요인에 기인한다 해도 지금처럼 치솟으면 귀향한다 해도 설렘이 없는 등 설이 설 같지 않다. 인수위와 현정부가 합심해 물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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