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이 내년 정년연장법 시행을 앞두고 만 60세 정년 연장을 오는 3월부터 앞당겨 시행한다. 또 인사제도를 손질해 기존 6단계인 사원 직급체계를 4단계로 축소하고 성과제를 보완한 누적식 연봉제를 새로 도입한다. 정년 연장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되 계산원 등 전문직 사원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사원급 직원에 대한 혜택도 대폭 강화한다.
신세계는 26일 정년 연장과 직급체계 축소 등을 담은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고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편안은 그룹 산하 27개 계열사에 근무하는 직원 4만5,000여명에게 적용된다.
정년 연장으로 직원들의 정년은 현행 만 55세에서 만 60세로 늘어난다. 정부의 정년연장법 개정안 발표 이후 GS칼텍스, SK텔레콤,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이 조기에 정년 연장한 적은 있으나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처음이다.
정년 연장에 따라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도 도입한다. 하지만 계산원과 진열원 등 전문직 사원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선 매장에 근무하는 전문직군 역시 임금피크제를 축소 적용한다. 사원계층에 대한 배려를 강화하는 방안에 인사제도 개편의 주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기존 6단계(사원·대리·주임·과장·부장·수석부장)였던 사원 직급체계도 4단계(4·3·2·1단계)로 축소한다.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고 실무급 사원의 권한을 확대하려면 직급체계 간소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주요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4단계 직급체계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했다. 특히 정규직 사원의 호칭은 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파트너'로 통일된다.
임금체계의 경우 누적식 연봉제를 추가 도입해 사기 진작에 나선다. 기존 성과제 기반의 임금제도에서는 최하 등급을 받으면 연봉이 깎이지만 누적식 연봉제에서는 인사고과가 낮더라도 무조건 전년보다 연봉이 높아진다. 성과 보상은 보장하되 연봉이 줄어들어 근무 의욕이 저하되는 단점을 없애겠다는 절충안인 셈이다.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139480) 직급체계도 손질한다. 기존에 별도로 운영했던 CA일반직군(전문직군)과 공통직군을 통합해 동일한 제도로 운영한다는 게 골자다. 업무 역량이 뛰어난 직원에게는 출신과 직급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고 승진의 문호를 열어주겠다는 의도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매장 계산원으로 입사했다가 점장으로 발탁될 수도 있다.
신세계가 대대적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하는 것은 그룹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복합해지고 구성원의 소통이 정체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1997년까지만 해도 매출 1조8,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매출 24조원의 유통공룡으로 급성장했다.
임병선 신세계그룹 인사팀장은 "새로운 인사 제도는 고용, 임금, 기회 등 모든 부분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상생형 인사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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