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무더위 속에서도 와신상담(臥薪嘗膽) 기회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다. 고시촌이나 도서관에서 취업준비를 하는 이른바 '공시족'이나 대학 졸업반 등 취업준비생들이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도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청년실업률 7%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고용률은 60%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인시장의 절대량 부족은 차치하고 최근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20만명이 몰렸던 것처럼 직종 간, 산업 간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노동의 질에 대한 재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인력수급의 미스매치(불균형)부터 풀어야 한다. 우리 노동시장을 보면 단순노무직은 인력이 부족하고 사무직은 일자리가 많이 부족하다. 대기업은 인력과잉, 중소기업은 과소현상을 빚고 있다. 농촌은 일손을, 도시는 일자리를 걱정한다. 산업현장에서 원하는 인력과 학교에서 제공하는 노동력의 불일치가 심하다는 방증이다.
대졸 구직자 눈높이부터 낮춰야
업무ㆍ급여수준ㆍ복지 등 근로조건을 학제와 더불어 맞춰가야 한다. 직장은 살아 있는 유기체인 만큼 고급인력도 입사하면 찻잔을 나르는 일부터 배우게 돼 있는데 학생들은 현장을 너무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인재가 유일한 경쟁력인 상황에서는 우선 대학진학률 82%를 지렛대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졸자가 많아지면 사회구조가 고도화되고 노동생산성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이들을 도외시하고 갑자기 고졸채용을 권장하는 방식은 오히려 많은 젊은이들을 상실감에 빠지게 할 것이고 고급 인력 낭비요인이 되는 것이다. 고졸자가 취업을 하더라도 결국 대학을 진학하는 현실을 보면 대학 선호는 우리의 문화현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개인의 타고난 재능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본다. 선택한 직업에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 유휴인력 농촌과 연결방안 시급
도농(都農) 간 미스매치 해결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손 부족으로 농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응답이 87.4%에 달했다. 하루 평균 인건비로 현금은 9만174원, 간식과 여비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10만8,906원을 지출한다. 농사일에 대한 직업학원을 만들어 농번기에 활용하거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농업인턴제'를 실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별도로 인력협동조합을 만들어 농번기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일부 지자체는 농촌인력지원센터를 통해 도시 유휴인력 2,000여명을 알선해 100여 농가에 제공하고 상해보험ㆍ교통비를 지원한 사례도 있다. 도로 잡초제거 등으로 공공근로사업을 하는 것보다 노동생산성이 있다고 본다.
2030세대는 스스로 치유를 원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몇 개씩 학원을 다녀야 진학했고 낭만을 즐길 여유도 없이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하고 5학년을 다닌 이들이 적지 않다. 학창시절부터 시간제와 인턴 등 비정규직을 체험해본 이들이라 고용의 질은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공채에 20만명이 응시했으니 적어도 수만명 수험생이 실패를 맛봐야 했다. 그럼에도 일자리 문제는 아직 가치 배분권을 가진 쪽의 주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꿈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일자리 문제는 역대 정부가 매번 주요 공약사업으로 내세웠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실업률 3%는 취업대책이 필요 없는 완전고용 수준이다. 차제에 실업률 통계부터 보완해야 한다. 대책은 바른 진단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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