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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국민연금 지배구조부터 바꿔라

아이폰ㆍ아이패드로 스마트 혁명을 몰고 온 애플에서 이사직을 유지하려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표만 얻으면 됐지만 이제 주주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즉 캘퍼스(CalPERS)가 주주권리 확대를 위해 주장한 '과반수 투표제' 도입 안건이 올해 2월 주주총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사들은 과반수 투표제에 의해 선출돼야 한다는 원칙을 정한 미국 교직원연금보험(TIAA-CREF)도 힘을 보탰다. 지분율이 그리 높지 않지만 합리적 명분으로 다른 투자자들을 설득해 관철시켰다고 한다. 캘퍼스는 무리한 투자로 수익률이 심하게 곤두박질치고 지배구조에 현격한 문제가 있으면 처음엔 대화를 시도하고 그것도 안되면 해당 기업을 '포커스 리스트'에 포함시켜 직접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연간 1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129건에 반대표 던져 1건 관철 하지만 국민연금은 가장 낮은 단계의 주주권인 의결권 행사 면에서 거의 영향력이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투자한 상장기업의 주주총회 의결 안건에 대해 올해 1~4월 129건의 반대표를 던졌지만 원안이 부결될 정도의 영향력을 미친 것은 현대상선의 정관변경 안건(상환전환우선주를 2,000만→8,000만주로 확대) 1건에 불과했다. 2대 주주인 현대중공업 진영이 안건에 반대한 덕분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기업은 지난해 9월 현재 140곳이나 되고 지난해 말 현재 KT(8.26%), 포스코(5.33%), 하이닉스(8.10%) 등의 1대 주주지만 지분율이 모두 10% 미만이어서 경영권 행사와는 거리가 멀다. 기자를 포함해 우리 국민 대부분은 국민연금 등에 의지해 노후를 버텨야 한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어나 쌓여만 가던 국민연금 재정이 수십 년 뒤 바닥날 때쯤이면 우리나라도 지금의 유럽 국가들처럼 경제활동인구가 내는 연금보험료와 세금으로 연금을 타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이를 늦추려면 연금을 타는 사람이 적어 기금이 쌓여갈 때 기금을 잘 불려야 한다. 그러려면 투자 기업의 지배주주들이 자녀에게 부를 물려주는 등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회사ㆍ주주의 이익을 해칠 때 다른 기관투자가 등과 연대하거나 소송을 통해 저지하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기업지배구조와 사회적 측면을 고려한 투자가 수익률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국민연금은 주주제안, 입법운동, 투자자 연대 등 높은 단계의 주주권 행사는커녕 낮은 단계의 주주권인 의결권 행사에서도 거의 영향력이 없는 실정이다.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이슈다. 물론 정치권ㆍ관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운용주체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관치'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능력 있는 인재들이 국민연금 운용조직에 모일 수 있도록 급여ㆍ인센티브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08년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독립법인화하고 기금운영위원회를 민간 투자전문가 위주로 상설 기구화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도 정치권도 이 문제에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의 발목 뒤늦게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한 토론회에서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가장 적절하다"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주주권 행사 논의의 발목을 잡는 실수를 저질렀다. 애플에 뒤쳐진 삼성전자 등의 스마트폰 대응,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미온적인 대기업을 '거대 권력' '관료화된 조직'으로 싸잡아 비판한 것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와 거리가 있다. 오히려 공적 연기금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인 재계와 정치권으로부터 '대기업 길들이기' '관치'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의 빌미만 제공했다. 이 때문에 "관치 논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운영의 투명성ㆍ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 과제"라는 박 위원장의 발언은 묻혀 버렸다. 국민연금 적립액은 지난해 말 324조원에 이르고 오는 2043년이면 2,500조원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ㆍ주주가치를 높이고 운용주체가 정부ㆍ정권의 입김에서 벗어나 기금을 살찌워 국민들이 안심하고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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