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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m 절벽서 낙석맞은 동료 4일간 구조
입력2005-07-29 13:14:57
수정
2005.07.29 13:14:57
"2차 낙석이 거의 90%이상 올 상황이었으나 부상당한 동료를 구해 내려오는 것은 산악인으로서 당연한 거죠."(송형근 대원) 35년만에 세계 최대, 최고 난이도 거벽인 낭가파르바트(8천125m)의 루팔벽(4천500m) 도전에 성공한 루팔벽 원정대.
출국한 지 94일만인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세계 산악사에 남을 쾌거를 달성한 원정대는 등정 과정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산악인들의 뜨거운 우정도 확인했다.
7천m 고도에서 부상을 입은 채 자일에 매달려있는 동료를 포기하지 않고 구해내려온 것이다.
29일 오전 8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원정대는 원정 과정에서 동료를 잃지않으려고 사투를 벌인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루팔벽 정상 1차 공격을 시도한 지난달 26일 오전 11시께. 공격조인 김미곤, 송형근, 주우평, 이현조 대원은 7천550m 지점까지 로프 설치 작업을 마쳤다.
500m 정도 남은 정상을 향해 출발하려고 할때 공격조는 낙석의 위험에 노출됐다.
집채만한 돌이 정상 부근에서 떨어져 내려온 것이었다. 돌은 중간에 부딪혀 깨지면서 작은 파편들이 아래로 떨어져 내려왔다.
계곡에 매달려있던 공격조는 큰 낙석은 피했지만 김미곤 대원이 왼쪽 발등과 오른쪽 어깨에 파편을 맞고 말았다.
작은 돌멩이였지만 수백m 위에서 떨어져 내려온 지라 그 위력은 컸다. 김미곤대원은 발등이 골절 되고 금이 가는 중상을 입고 말았다. 오른쪽 어깨도 마비된 상태.
혼자서도 오르내리기 힘든 7천m대 지점. 더욱이 난공불락인 루팔벽 정상 부근에서 당한 중상이었다.
고통이 밀려오는 가운데 김미곤 대원은 나 하나 때문에 모두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왼발과 오른쪽 어깨를 움직일 수가 없어 살아서 내려올 수 있다고 기대할 수없었습니다. 2차 낙석 위험도 있는데 동료를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어 자일을 끊으려고 칼을 찾았지요." 자일 파트너인 송형근 대원은 낌새를 눈치채고는 김미곤 대원에게 "같이 올라왔으니 같이 내려가야 한다"며 소리쳤다.
그때부터 구조를 위한 사투가 벌어졌다. 7천550m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캠프4(7천150m)에 내려오는 데는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그러나 송형근, 주우평, 이현조 대원은 김미곤 대원을 데리고 6시간 동안 생명을 건 구조작업을 펼쳤다.
경사도가 70도에 가까운 암벽과 빙벽 지역을 통과하면서다. 체력이 바닥난 이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김미곤 대원을 자일에 묶어 조금씩 내린 끝에 캠프4에 도착했다.
캠프4로 내려왔지만 안전지대로 내려가는 것은 첩첩산중이었다. 캠프2(6천90m)에 있던 2차 공격조인 김주형, 박상훈, 김창호 대원이 소식을 듣고 캠프4로 지원하러 올라왔다.
비교적 안전한 캠프1(4천900m)까지 내려오는 데 무려 3일이 걸렸다. 김미곤 대원은 베이스캠프(3천560m)로 옮겨진 뒤 하산해 차량을 타고 인근 도시의 병원으로후송됐다.
이후 정상 도전에 성공한 이현조 대원도 디아미르벽 쪽으로 하산하던 중 7천500m 지점에서 판상 눈사태로 80m정도를 휩쓸려 내려가다 간신히 헤엄쳐 빠져나왔다.
같이 정상에 오른 김창호 대원도 하산 중 절벽에서 50m정도를 굴러떨어졌으나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졌다.
원정대의 이성원 대장은 "우리가 등정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구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른 생각할 필요가 없던 상황이었다"고 당시 구조 작업에 대해 소감을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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