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오늘의 경제소사/2월4일] <1310> 록히드 스캔들


1976년 2월4일, 일본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미국 상원 다국적기업소위원회에서 ‘록히드사의 항공기 수입을 도와준 대가로 일본에 1,200만달러의 뇌물이 전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의혹의 핵심 인물은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 학벌이 심한 일본 사회에서 초등학교 졸업장만으로 재계와 정계에서 승승장구하며 총리직까지 올랐으나 언론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심층보도로 물러났던 다나카 전 총리가 뇌물을 받은 당사자로 떠올랐다. 다나카 측은 전면 부인했으나 사건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졌다. 정치인과 공무원ㆍ기업인의 검은 유착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결국 다나카는 그해 7월 구속됐다. 전현직을 막론하고 총리가 구속된 것은 일본 헌정사상 처음이다. 도대체 얼마나 먹었기에 그랬을까. 록히드사의 전투기와 여객기를 수입하는 대가로 다나카 전 총리가 받은 뇌물은 약 200만달러. 일본인들은 금액 자체보다 대표적 정치인이 외국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록히드 뇌물 스캔들이 일었던 독일과 네덜란드ㆍ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달리 일본에서 남다른 반응이 나타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건은 미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전세계 기업의 부패 정도를 파악하는 척도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해외부정거래방지법(FCPA)도 이때 마련됐다. 일본은 다나카 신화의 몰락을 지켜봤지만 소득을 얻었다. 일본 검찰이 냉엄한 파수꾼으로 인정 받은 게 이때부터다. 한국은 어떨까. 정도가 훨씬 더한 뇌물사건을 치르면서도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우리의 정경유착과 공무원 줄서기는 당시 일본보다 나을까. 정치적 문제에 대한 수사는 공정하며 법 집행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가. ‘사회적 기회비용’의 끝이 어디 있는지 한숨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