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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2일 미국 등 주요6개국(P5+1)과 핵협상을 타결 지으면서 이란은 경제적 실리를, 미국 등은 정치적 리더십을 지키게 됐다.
이번 타결내용의 골자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소지가 있는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이를 국제사회로부터 검증 받으면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 등 국제사회가 그에 상응해 기존의 경제제재를 이르면 오는 6월 말 이후부터 풀어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란은 △원심분리기 감축(1만9,000여기→6,104기) △중수로 설계변경을 통한 플루토늄 생산량 감축 △핵 활동(우라늄농축 및 관련 시설 신설 등) 제한 10~15년 △현재와 과거의 모든 핵 활동 사찰 등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당초 원심분리기를 1만개 이상 유지하고 핵 활동 제한기간은 기본 5년으로 해야 한다며 맞섰던 이란이 한 발 물러선 내용이다. P5+1(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측도 당초 중수로를 경수로로 전환하라고 압박했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중수로를 일부 설계 변경하는 선에서 절충을 했으며 최장 30년까지 요구했던 핵 활동 제한 주장도 완화했다. 양측이 조금씩 절충을 하면서 협상 막판 대타협을 이뤄낸 것이다.
특히 원심분리기 감축과 중수로 설계변경 등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만약의 경우 이란이 약속을 어기고 핵무기 개발을 결심한 뒤 이를 제조하기 위한 핵물질을 확보하기까지 걸리는 '브레이크아웃 타임'과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심분리기 수를 대폭 감축하고 중수로의 플루토늄 생산을 제한하면 그만큼 이란은 국제사회의 눈을 속이며 은밀히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적 여유를 얻지 못하게 된다. AP통신 등은 "이번 합의로 브레이크아웃 기간이 1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분석했다.
어렵게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열렸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경제제재의 해제 시점과 해제 폭 등이 아직 불투명하다. P5+1은 이번 합의에서 6월30일 이후 유엔의 경제제재를 풀고 이후 미국과 EU의 제재를 풀기로 했지만 정치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 특히 EU의 제재는 회원국 28개국 모두가 찬성해야 풀 수 있어 매우 지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행정명령' 형식으로 발동된 제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결단만 한다면 즉시 풀 수 있다. 다만 국방수권법 등 법안을 통해 마련된 제재 내용은 의회의 협조가 뒷받침돼야 가능한데 공화당의 협조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다른 과제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포기했느냐를 국제사회에 확신시키는 일"이라는 게 뉴욕타임스(NYT) 등의 진단이다. 이란이 과거처럼 시간만 벌면서 핵개발에 나설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이번 핵협상이 이란의 핵시설 대부분을 손상시키지 않은 상태로 두는 쪽으로 흘러갔다며 결국 이란이 1년 내에 핵무기를 만들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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