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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뉴 빅뱅] <2부> 글로벌 메이저리거를 향해 ① 亞 금융패권 노린다

"리딩 IB 도약하자" 현지법인 세우고 자본금 확충 잰걸음<br>증권사 홍콩·싱가포르 진출 활발… 영업기반 조성위해 덩치 키우고<br>글로벌 IB와 정면승부 대신 프리IPO·딤섬본드등 틈새 노려<br>아시아 금융허브 공략 자신

홍콩의 금융 1번지 센트럴에서 출근길 차량들이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선 마천루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홍콩=송영규기자

싱가포르 금융중심지인 래플스광장에 위치한 OUB센터. 280m 초고층으로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이곳에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싱가포르법인이 입주해 있다.

지난 1일 홍콩의 센트럴 지하철역을 빠져나오자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마천루 숲이 앞을 가로막았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거미줄처럼 이어진 연결도로를 따라가자 홍콩 금융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415m 높이의 국제파이낸스센터(IFC)2빌딩이 나타났다. 이 건물의 20층에 있는 대우증권 홍콩법인 사무실에 들어서자 건너편에 'JP모건'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쓰인 건물이 눈에 띄었다. '여기가 바로 아시아 금융허브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김종선 대우증권 홍콩법인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본금 확충계획이 있는지 물어봤다. 김 법인장은 "어느 정도 덩치가 되지 않으면 홍콩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하기 힘들다"며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현재 1억달러 수준인 자본금 규모를 연내 3억달러까지 키우는 방향을 본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성과가 좋으면 자본금을 더 늘린다는 게 본사의 방침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증자 움직임은 3년 만에 홍콩에 다시 진출한 대신증권 현지법인에서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필요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필사(必死)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조규선 대신증권 홍콩법인장은 "대신증권의 비전은 아시아 지역 대표 투자은행(IB)이 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 되기 때문에 자본금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신증권 홍콩법인의 자본금 규모가 1,000만달러 수준인데 현재보다 적어도 몇 배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새로 진출하려는 한국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특히 최근 300억원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홍콩 진출을 선언한 SK증권의 경우 브로커리지(주식매매 중개)가 아닌 IB 업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 리딩투자증권과 또 다른 중소형 증권사 등 연내 3곳 이상의 국내 증권사가 홍콩에 발을 디디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되면 한국 증권사들의 홍콩법인 수는 지난해 말 13곳에서 15~17개로 늘어나게 된다. 이미 홍콩에서 자리 잡은 증권사의 경우에는 다른 나라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경영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대표는 "동남아나 인도에도 언젠가 진출해야 할 것"이라며 "싱가포르에서는 기업공개시장(IPO) 진출을 위한 라이선싱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아시아 진출 행보는 아시아 제2의 금융허브 싱가포르에서도 포착됐다. 현재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운 국내 금융투자회사는 우리투자증권ㆍ한국투자증권ㆍKTB투자증권ㆍ삼성자산운용ㆍ트러스톤자산운용 등 다섯 곳. 여기에 조만간 삼성ㆍ대우ㆍ대신증권 등이 법인이나 사무소 형태의 진출을 추진할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증권사들은 왜 홍콩과 싱가포르 법인의 덩치를 키우려는 것일까. 해답을 얻기 위해 사람들로 붐비는 홍콩의 IFC건물 연결통로를 따라 불과 1~2분 거리에 있는 익스체인지스퀘어3 26층 삼성증권 홍콩법인을 찾아갔다. 김범구 삼성증권 홍콩법인 부장에게 "증자가 글로벌 IB와의 경쟁을 위한 것이냐"고 물어봤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아니다'였다. 김 부장은 "한국 증권사 홍콩법인 중 가장 규모가 큰 삼성증권 현지법인도 전체 IB 수수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며 "단기목표가 수수료 점유율 1%(4,000만달러)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증권사들이 글로벌 IB들과 정면승부를 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다를까. 이번에는 싱가포르 금융 중심지의 랜드마크인 OUB센터 54층에 있는 우리투자증권 싱가포르법인에서 같은 질문을 해봤다. 하지만 여기서도 대답은 같았다. 박병호 우리투자증권 싱가포르법인장은 "어드바이저리(자문)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당장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지 회사들과의 네트워크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6개월에서 1년 내 싱가포르 내 기업공개(IPO) 라이선스를 확보하게 되면 영업기반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기반을 닦는 게 먼저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홍콩에서 네트워크를 쌓고 아시아 증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김 법인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힌트를 줬다. "우선은 경험(track records)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뭐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합니다. 딤섬본드나 자산관리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우리가 어느 정도 능력을 보유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IB가 석권하고 있는 IPO나 인수합병(M&A) 분야에 들어가기보다 프리IPO나 이제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딤섬본드를 비롯한 위안화 관련 비즈니스를 통해 기반을 닦아나간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제 겨우 시작하는 단계지만 이들이 아시아 금융허브를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은 다름아닌 글로벌 IB들이 접근하기 힘든 새로운 시장을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삼성증권 홍콩법인의 김 부장은 "홍콩 자산관리시장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모두 달려들기 때문에 우리 증권사들의 경쟁력이 아직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중국시장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중국은 문화와 투자자 패턴, 시장단계 등이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글로벌 IB들보다 한국 증권사가 오히려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그래서 자산관리시장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IB들이 접근을 꺼리는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면 미래의 아시아 금융시장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동하는 동안 홍콩과 싱가포르 거리 곳곳에서 '한국의 모습'을 쉽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홍콩 거리에서는 한국 식품과 한류스타ㆍ제주도를 선전하는 광고간판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싱가포르에서는 어디를 가나 한국 아이돌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를 보면서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 증권사들의 이름이 아시아 거리 곳곳에 등장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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