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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무원의 죽음
입력2003-04-03 00:00:00
수정
2003.04.03 00:00:00
재정경제부의 한 공무원이 세상을 떠났다. 원인은 과로사. 지난달 17일 사무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재경부 이문성 사무관은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2일 오후 눈을 감고 말았다. 올해 나이 35세. 젊은 나이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그는 업무에 쌓여 지냈다.
세제실 소속인 그가 주로 담당했던 업무는 나라 돈이 얼마나 들어오고 나가느냐를 셈하는 세입과 세출분야. 일이 많기로 유명한 세제실에서도 가장 힘든 보직중 하나다. 고생했던 그를 배려해 상대적으로 업무부담이 덜한 특소세분야로 옮겨줬으나 기다린 것은 새로운 일거리였다. 세제개혁으로 업무가 크게 늘어난 것. 휴일도 없는 강행군의 누적은 끝내 죽음을 불렀다.
재경부 직원들은 지금 슬픔에 잠겨 있다. 초상집 분위기다. 그래서 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도유망한 젊은이를 일 때문에 잃었다면 그 일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를 죽음으로 내몰은 이유를 밝히지 않고는 비슷한 불상사가 재연될 수 밖에 없다.
사망원인을 단순히 `과로사`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비능률적인 결재문화와 업무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특정 사무관에게 일이 집중되는 인력구조와 예측이 불가능한 시스템이 문제다. 윗분들이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그렇다. 차관보급이 장관 얼굴보는 게 1주일에 한번인 경우가 허다하다. 국장, 과장들은 더욱더 결재를 받아낼 짬이 마땅치 않다.
천금같은 결재기회에서 무엇이든 상관이 물어보는 데 즉답을 못하면 무능한 직원으로 찍히는 게 보통. 자연스레 과장, 국장, 차관보에게 올라가는 한두장 짜리 서류에 따라붙는 참고자료는 수백장이 넘는다. 일이 일을 만드는 구조다. 자리만 지키고 결재서류의 대수롭지 않은 미비점을 추후 보완해도 되는 분위기만 있었어도 이 사무관은 아직도 근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병원에 실려간 지 3주만에 그는 운명을 달리했다. 그 동안 업무 관행개선논의는 거의 없었다. 그의 죽음이 재경부의 업무와 직장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변하지 않는다면 재경부는 `포괄적 살인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재경부는 빚이 있다. 돌잡이와 생후 한달짜리 두 딸, 아내를 남기고 먼저 간 고 이문성 사무관에게.
<권홍우기자(경제부)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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