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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추이웨이(翠微) 백화점의 비밀


베이징시 중서부인 하이디앤취(海淀区)에 있는 허름한 추이웨이(翠微) 백화점. 외형이나 지리적 여건을 봐서는 별로 눈에 안 띄는 이 곳에 유명 의류업체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입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2~3년새 백화점 곳곳 매장마다 물건이 불티나게 팔리며 매출이 300% 이상 성장했고 급기야 베이징시 백화점 판매 1위 업체로 올라섰다.

홍콩 부동산 재벌 리카싱이 운영하는 왕푸징 입구의 동팡신티앤띠 백화점보다도 매출이 많은데 대해 기업가는 물론 일반 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동팡신티앤띠가 위치한 왕푸징은 한국의 명동에 해당하는 요지로 하얏트 호텔은 물론 딜로이트 회계법인을 비롯해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상당수가 본부를 두고 있는 오피스빌딩이 연계해 있는 복합 쇼핑단지다. 매장 규모만도 추이웨이의 10배에 달한다.

하지만 주위에 추이웨이 도로 이름이 생겨나고 '추이웨이 상권'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이 곳이 엄청난 구매 파워를 자랑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입점 상인들은 추이웨이 상권 인구의 60%가 군인을 포함한 공무원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 곳은 국방부ㆍ정보사령부ㆍ 중앙군사위원회 건물 등 공공 기관이 즐비하고 이에 맞춰 군인 및 공무원 주택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집무실인 중난하이에서 일하는 공산당 인사 및 정부 공무원들이 대거 주거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추이웨이에 입점을 시도했던 한 기업인은 "이 백화점의 주 소비층은 공무원이며 대부분 상품권으로 구매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각종 편의 및 이권을 대가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백화점 상품권 형태로 이들이 접대를 받고 있으며 이것이 고스란히 백화점 매출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추이웨이 현상은 고위 당정 간부에 만연한 부패를 드러내는 많은 단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끝난 양회 기간에는 예년처럼 고급 담배나 마오타이 등 고급 백주, 골동품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현금교환 장사가 대목을 봤다는 얘기가 나온다.



양회 기간 중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지방 지도자나 기업인들이 상급 당정 지도자에게 상납하는 담배나 술, 고가 미술품이 엄청나고 이를 현금 할인해주는 업이 성행한다고 한다. 지난 연말 국무원은 지난 10년간 국영기업 임직원이 외국계 은행 지점 등을 통해 자행한 해외 불법 반출 자금이 1,200억달러가 넘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를 끝으로 10년 임기를 마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27일 국무원의 마지막 연례 반부패 공작회의를 갖고 부패가 정치기반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공산당 최대의 적이라며 또 다시 민중이 공산당과 정부를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부패 척결에 진력했지만 정부와 당의 노력이 인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라는 큰 틀 속에서 민영기업 발전, 근로자 인금 인상, 시장 자유화 등 선진 시장경제 조치를 속속 내놓으며 경제개혁을 단행하고 있지만 정작 공산당 내부의 부패에 메스를 들이대지 못하는 중국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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